산재노동자 10명 중 8명 ‘자살충동’
후유증·가족갈등, 재해보상 어려움 겪을수록 높아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산재노동자 10명 중 8명은 자살충동을 느끼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산재보상 처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수록 스트레스와 우울증상이 증가하고 사회복귀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나사렛대 재활복지대학원에 재학 중인 박종균씨의 석사학위논문 ‘산재장해인의 사회·심리재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가 자살충동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가 지난해 5월30일부터 6월30일까지 산재의료관리원 소속병원과 산재노동자협회 지역본부 등을 통해 산재노동자 1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응답자 가운데 18.3%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해 산재노동자의 정신건강이 매우 심각한 상태임을 보여줬다. 또한 93.9%가 후유증으로 고통을 느끼고 있었고, 가족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응답자는 71.3%로 조사됐다.
스트레스와 우울증상도 높게 나타났다. 산재노동자 10명 중 9명이 산재 이후 스트레스가 크게 증가했고, 사고로 장해를 입은 뒤 ‘외로운 감정을 많이 느낀다’는 답변도 93.9%에 달했다. 응답자의 75%는 우울증상을 호소했다.
산재노동자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상·자살충동은 후유증이나 합병증이 있거나, 가족 간 갈등이 많을수록, 재해보상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반면 심리상담을 받은 산재노동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삶의 질이 더 높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산재노동자의 정신건강은 직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다른 장애인과 양상이 다르다”며 “산재노동자들이 직업생활을 통해 정체성 확립과 경제적 만족감을 충족시켜왔으나 갑작스런 재해로 일할 기회를 박탈당하면서 사회로부터 소외감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심리재활의 방법으로 가족상담·동료상담·자기역량강화 프로그램 등 심리재활프로그램과 여가생활지원·지역사회연계프로그램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