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공해 무방비’ 아시아노동자
세계 석면소비의 절반 차지 … 선진국 석면산업, 규제 피해 이전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조용한 살인자’ 석면이 아시아를 잠식하고 있다. 전세계 석면소비량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85년 19%였으나 2000년 47%로 급증했다. 전세계 석면의 절반이 아시아에서 소비되고 있는 실정이다.
3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아시아에서의 석면제거와 석면산업의 국가 간 이동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에서 켄 다카하시 세계보건기구(WHO) 직업보건협력센터 집행위원장(일본 기타큐슈 직업환경보건대학 교수)은 “WHO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94~2004년 10년 사이 석면암으로 불리는 악성중피종으로 인한 사망자는 62개국 4만6천476명인데 이 중 17.8%(8천258명)가 아시아 4개국에서 발생했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대부분 국가들은 석면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사용금지 조취를 외면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석면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한국·사이프러스·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 등 6개 나라에 불과하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은 유럽 등 선진국에서 석면 제조·취급을 금지하면서 아시아 노동자가 희생자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방글라데시·인도·이란에서 온 전문가와 노동단체 관계자들은 아시아 대다수 노동자들이 30년 간의 잠복기간을 가진 석면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인 보호구조차 없이 석면시멘트를 나르고, 방직공장에서 발생하는 석면 분진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것.
중국의 현황을 발표한 샤오롱 왕 홍콩 중국대학 지역가정의학과 교수는 “중국은 세계 5대 석면 생산국 가운데 하나인데 9천만톤의 매장량(세계 3위)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충족되지 않아 소비량의 40%를 수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2002년 석면의 직업성노출기준을 상향조정했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관리·감독되지 않는다”며 “87년부터 2003년 사이 석면폐증 환자가 3천618명”이라고 말했다.
세계에서 8번째로 석면사용량이 많은 인도네시아에서 온 쥴미아 얀리씨는 “석면산업에 대한 규제가 약하고 정보 접근이 어려운 국가들로 이동하고 있다”며 “국제기관들이 불공정한 무역과 위험의 전가로부터 개발도상국들을 보호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석면추방네트워크 후루야 수기오 사무총장은 “아시아에서의 석면추방을 위해 석면에 대한 즉각적인 사용금지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