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보호선언 1년, 건강권도 보호되나
기사입력 2008-07-14 08:54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불안과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마련된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계약직으로 2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 대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지만 실제로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 전환 이전에 계약 해지 통보를 받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비정규직 보호법은 유명무실한 법이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을 명문화 했음에도 불구, 현실 속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병가를 내거나 산업재해 인정을 주장했다가 오히려 소중한 일터를 잃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며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못한 채 일터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실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비정규직 보호법, 비정규직들의 건강권 보장은 어딜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지난 1년을 돌아본다.
◇비정규직, 법이 있어도 쓰질 못해
철도 청소 업무를 맡고 있는 이춘자(54·여·가명)씨는 과도한 업무로 인해 매일밤 허리와 어깨가 쑤시고 아프다. 내일은 병원에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당장 오늘 아침 출근을 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을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일터로 향한다.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으로 소속 용역업체에서 일 년에 한번 건강검진과 매달 한번씩의 건강휴무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윗사람의 눈치가 보여 떳떳하게 요구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공근로자인 이씨는 그나마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비정규직 노동단체 관계자는 “일반 사업체는 더욱 열악한 곳이 많다”며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권마저 보장되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고된 업무를 하고 있어 근골격계 질환을 많이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증상이 없을 경우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을뿐더러 휴직 기간동안의 비급여, 재활프로그램의 부재, 희박한 복귀 가능성 등의 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노총 산업 환경연구소의 ‘산재취약계층의 노동자보호를 위한 산재보험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임시계약직의 28.3%, 파트타임직의 67.9%, 용역파견직의 40%가 산재문제로 해고될까 두려워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정규직은 16.5%만이 해고걱정에 산재처리를 못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산재 발생 이후에도 고용불안 때문에 충분한 치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 발생 이후 치료를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한 적이 있는지를 조사한 경과 정규직은 35%, 용역파견직과 임시계약직은 2명 중 1명이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조기복귀한 이유도 정규직은 25.9%가 경제적인 이유를 꼽았지만 임시계약직 41.2%와 용역파견직 54.5%는 고용불안이 1순위였다.
◇보호법 시행, 엇갈린 평가
이러한 현실이지만 노동부는 지난 1년새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노동부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40%이상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보호법 시행이후 임금, 후생복지가 개선됐다고 응답했으며 정규직에 비해 불합리한 차별적 처우를 받고 있다는 응답은 37.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관계자의 말은 다르다.
민노당 관계자는 “여론 조사는 어떤 문항들을 질문하고 누구를 상대로 실시됐는지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로 나오기도 한다”며 “현장에 가보면 비정규직 보호법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노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건강보험 가입자는 35.8%에 불과하며 유급휴가를 받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18.9%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노동부가 정확한 통계를 마련해 현실을 반영하는 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보라 기자 rememberbora@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