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산업안전보건대회 이모저모
매일노동뉴스 조현미 기자
국내 아파트건설 현장 둘러본 인도 건설노조 위원장
제18회 세계산업안전보건대회 참석차 한국에 온 국제목공노련(BWI) 관계자들은 지난 1일 경기도 판교 신도시 (주)남양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이 현장의 전문건설업체는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해 안전시설이 잘 돼 있는 편이다. 식당과 공사현장을 둘러본 관계자들은 건설사에서 휴게실을 지어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에 놀랐다.
박종국 노조 노동안전국장은 “이런 시설은 최근 노조가 결성 돼있는 현장에나 있는 극소수 사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BWI 관계자들은 국가에서 저렴하게 주공아파트를 지어 보급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임대주택과 민간주택의 가격차이가 큰 것에 관심을 갖기도 했다. 반면 남양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300여명인데 그중 원청이 직고용한 노동자가 27명, 나머지는 하청업체 소속이라는 것에 놀라기도 했다.
바투 인도건설노조 위원장은 “최근 인도 공사현장에 건설기계와 전동공구가 보급되면서 산업재해가 급증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금속노조·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 활동가 코엑스 앞에서 피켓시위
지난 1일 금속노조와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 활동가들은 코엑스 앞에서 “산업재해 추방과 규제완화 철폐”를 외치며 피켓시위를 전개했다. 이들은 건설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입는 용접 작업복, 금속노조 노동자들이 입는 자동차공장 도장 작업복을 입어 눈길을 끌었다.
코엑스 경비대와 경찰측이 “왜 사유지에 와서 업무 방해를 하느냐”며 시위를 막기도 했다. 이에 안영태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노동자와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을 위해 이렇게 찜통같은 더위에 작업복을 입고 산업재해 캠페인을 하고있다”며 “업무 방해만 주장하며 시위를 방해하는 경찰이 한심하다”고 말했다.
‘석면’에 노출된 건설노동자…산재 판정받기 어려워
이번 세계산업안전보건대회 참가자들은 석면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석면으로 인한 질병은 보통 10년에서 30년의 잠복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노조와 국제목공노련(BWI)은 이번 대회에서 석면 관련 세션 발표자로 참가하는 등 건설현장의 석면 문제를 알리기 위해 힘썼다.
아시아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만이 석면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70~80년대에 석면이 집중적으로 수입되면서 건축자재로 많이 쓰였다는 점. 재개발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은 석면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석면 노출로 인한 질병의 잠복기가 길다보니 산업재해 판정을 받기도 쉽지 않다.
지난 4월까지 4명의 여수지역 건설노동자가 석면 등으로 인한 직업병(폐암)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산재로 인정받지 못해 민사소송 중인 노동자도 있다.
박종국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은 “건설노동자들은 단기 계약을 맺고 일하는 등 이직률이 높기 때문에 석면으로 인해 직업병에 걸려도 산재인정을 받기가 매우 힘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