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제일화학 주변 학교 최대 44만여명 석면 노출”
강동묵 부산대 교수 발표
“1969~92년 피해…발병 대책을”
조홍섭 기자
국내 최대의 석면공장이던 부산 제일화학이 연산동에서 가동하던 1969~1992년 사이 최대 44만여명의 학생과 교직원이 석면 먼지에 노출됐다는 추정이 나왔다.
강동묵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산업의학과 교수는 15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환경정책연구회(대표 이경재 의원) 창립기념 심포지엄에서 “우리나라 석면의 건강피해 현황”이란 주제발표에서 이렇게 밝혔다.
강 교수는 제일화학으로부터 석면먼지의 영향권인 반경 2㎞ 이내에 위치했던 각급 학교의 개교·이전 연도와 재학생과 교직원 수 등을 토대로 석면노출 인구를 추산했다.
연신초등학교는 1984년 제일화학과 담장을 사이에 두고 문을 열었다. 이 공장에서 반경 1㎞ 안에는 연서초교, 연산중, 낙민초교 등 8개 학교가 있었고, 반경 1~1.5㎞에는 부산외국어고교, 연천중, 내성초교 등 10개교가, 반경 1.5~2㎞엔 과정초교, 거학초교, 연제초교 등 18개 학교가 위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 교수는 학생들이 같은 지역에서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까지 진학하고 교직원들도 다른 지역으로 전근을 가지 않는다고 가정한 최소 노출인원을 7만3410명으로 계산했다.
학생과 교직원이 영향권을 들락날락해 석면에 노출된 인원이 가장 많았을 경우 최대 44만1257명이 석면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강 교수는 “어린이는 발육이 활발해 발암물질에 대한 감수성이 어른보다 높다”며 “석면의 잠복기가 30~40년이라고 볼 때 당시 석면공장 노동자나 인근 주민이 70대 이후에 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데 비해 당시 초등학생은 장년기인 40대에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어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공장에는 가동 기간에 약 1만여명이 일했고 인접지역에는 주민 26만여명이 살았던 것으로 강 교수는 추정했다.
강 교수는 “석면 공장 근로자와 인근 주민과 그 가족, 학생 등을 정부가 등록시켜 추적관찰해 악성중피종 등 석면질환을 조기발견하는 노력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내 석면제거 현황 및 문제점”을 발표한 방경부 태원석면환경 대표는 “우리나라가 1970년대 이후 수입한 석면의 양이 약 250만t에 이르며 석면을 함유한 제품을 치면 그 양은 2500만t으로 불어난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석면제거산업이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석면제거를 할 수 있는 등 전문업 분류가 되어있지 않고, 하도급과 재하청 과정에서 불법과 탈법적 제거가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홍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