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건강보고서
5년 이상 서서 일하면 하지정맥류 발병위험 12배
윤간우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의학전문의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08-07-09
오래 서 있는 노동자에게 생길 수 있는 건강영향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것이 다리의 피로·부종·통증이다. 그 외에도 요통·족저 근막염과 발뒤꿈치 통증을 초래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서서 일하게 되면 무릎 관절염 발생위험도 증가하게 된다. 서서 일하는 자세는 근골격계질환뿐만 아니라 정맥류의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하고, 임신부에게서는 조산과 유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서서 일하는 자세와 관련한 건강문제 중 증상이 없어 스스로 질병 발생 확인이 어렵다는 점이 있지만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사소한 예방만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하루에 8시간 이상 서 있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근무하는 여성노동자(환자군)와 대부분의 업무를 앉은 상태에서 수행하는 사무직 여성노동자(대조군)를 대상으로 환자-대조군 연구방법으로 오래 서 있는 작업이 정맥류 발생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살펴봤다.
백화점·대형마트 노동자 하지정맥류, 사무직의 9배
환자군인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하루 8시간 이상 서 있는 여성노동자 88명과 사무실에서 컴퓨터 작업 및 상담 업무를 앉은 자세에서 수행하는 여성 노동자 169명을 대상으로 정맥류 검진을 진행했다. 정맥류 검진은 여성노동자가 근무하는 현장방문을 원칙으로 했다. 검진대상은 전체 근무자 중 무작위로 추출해 선택했다. 정맥류 검진은 이번 검진 의의를 설명하고 동의하는 여성노동자에게 의학적 검진을 통해 하지정맥류 발병유무를 확인했고, 정맥류 발생과 관련됐다고 알려진 위험요인들을 조사했다.
총 88명의 백화점 또는 마트에 근무하는 서비스직 여성노동자에게서는 30명(34.1%)이 정맥류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169명의 사무직 여성노동자에게서는 7명인 4.1%가 정맥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 자세(서서 일함 Vs 앉아서 일함)에 따라 정맥류 유병률에 큰 차이가 있었다. 정맥류 유병률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증가하는 질환이기에 연령별로 정맥류 유병률을 살펴봤다.
*근무기간 길수록 하지정맥류 발병위험도 높아져
서서 일하는 서비스직 여성 노동자와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 여성노동자 모두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정맥류 유병률은 증가했다. 그러나 서비스직 여성노동자는 20~30대에서는 정맥류 유병률이 27.9%이고, 40~50대에서는 40.0%,로 사무직 여성노동자의 20~30대 3.7%, 40~50대 16.7%와 비교하면 작업 자세에 따라 정맥류 유병률에 큰 차이가 관찰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정맥류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근무조건으로 근무기간, 1일 근무시간, 1일 서 있는 시간, 근무 중 착용하는 신발을 파악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근무기간이 길수록 정맥류 유병률이 증가한다. 연령 증가와도 관련이 있지만 서서 일하는 시간이 누적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1일 근무시간과 1일 서있는 시간이 길수록 정맥류 유병률이 증가한다. 정맥류는 급성질환(수개월 서서 일했다고 정맥류가 생기지 않는다)이 아닌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1일 근무 시간 또는 서 있는 시간뿐만 아니라 근무기간을 고려해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근무 중 신발 종류와 정맥류와 관련은 없어 보인다.
정맥류 원인은 서 있는 자세만이 아니다. 비만·가족력·출산 경험·운동 습관·흡연력·호르몬 제재 등의 약물 복용력·고혈압·당뇨 등도 정맥류 원인으로 언급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들 개인적 요인이 조사대상에서 발견된 정맥류와 관련이 있는지 분석했다.
과체중 또는 비만인 노동자에게서 정맥류 유병률이 높았다. 흡연은 기존의 연구결과와 달리 비흡연자에게서 정맥류 유병률이 높았다. 조사대상 집단에서 흡연률이 낮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분만경험이 있으면 정맥류 유병률이 높았다. 정맥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정맥류 유병률이 높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다양한 직업요인과 개인요인이 정맥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있어 보이는 여러 요인 가운데 실제 정맥류와 관련 있는 요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 다변량 분석을 실시했다. 예를 들어 근무기간이 길수록 정맥류 유병률이 높아지고, 연령이 증가할수록 정맥류 유병률이 높아진다. 근무기간과 연령이 서로 관련돼 있기 때문에 어떤 요인이 정맥류와 관련성이 높은지 확인하는 것이 다변량 분석이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요인은 서 있는 작업과 출산경험이다. 출산경험이 1회 이상일 때가 없을 때보다 정맥류 발생 위험이 5.54배 높다. 1일 8시간 서 있는 작업을 기준으로 3년 미만보다 3~5년 작업 시에는 정맥류 발생 위험이 8.98배 높다. 5년 이상 근무할 때는 정맥류 발생위험이 12.37배나 증가하게 된다. 개인적 요인인 출산경험보다 직업적 요인인 서 있는 자세 유지에서 정맥류 발생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의자를 치워버린 내부규정부터 치워버리자”
서서 일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판매 여성노동자와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과 상담업무를 수행하는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에서 서서 일하는 서비스직 여성노동자에게서 정맥류 발생 위험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서 하지정맥류 발생위험이 높은 것은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며,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서비스 여성 노동자에게서 재확인했을 뿐이다.
우리나라 서비스 여성노동자, 특히 이번 연구의 대상이 됐던 백화점과 대형마트 판매 노동자들은 업무시간의 90% 이상을 서서 일한다. 의자가 옆에 있음에도 앉지 못하고, 내부규정에 의해 서서 일하게 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서서 일하는 서비스직 여성 노동자가 1일 8시간 서서 일하는 것을 기준으로 할 때 3년에서 5년 사이의 근무기간에서 정맥류 발생 위험이 3년 미만 근무시보다 8배 높게 나타났다.
5년 이상 근무할 경우에는 12배나 높게 나타났다. 개인적인 요인으로 출산경험도 정맥류 발생과 관련이 있었으나, 그 위험은 서서 일하는 작업보다 적었다. 하지정맥류는 미용상 문제로 심리적 위축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질병이 진행되면 통증을 초래하고, 혈관 합병증의 원인이 되는 질환이다.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서 발생한 하지정맥류는 일하는 동안 앉아서 쉴 수 있는 기회만 제공하더라도 발생위험을 줄일 수 있고, 질병 악화를 멈출 수 있다.
“오래 서서 일하니 골병드네”
서비스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 연구결과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이윤근·윤덕기, 인천대학교 문명국
서서 일하는 것과 앉아서 일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좋은 것인지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장시간 서서 일하면 앉아서 일하는 것에 비해 육체적 피로도가 통상 30%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 있는 조건, 특히 신발의 굽 높이에 따라 피로도는 더욱 커지게 된다. 반면 장시간 앉아 있으면 서서 일하는 것과는 반대로 육체적 피로도는 적어지지만 요추부의 디스크 압력이 높아져 요통 환자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서 일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얼마나 지속적으로 서 있느냐가 문제다. 즉 서서 일하는 작업에서는 작업자가 경우에 따라(육체적 피로를 느끼거나 쉴 수 있을 때) 선택적으로 앉을 수 있는 조건이 제공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업자의 선택권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 의하면 서서 일하는 작업자에게 앉을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면 발바닥에 가해지는 통증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근무시간의 60% 정도를 서서 일하는 작업자와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작업자의 발바닥 압통한계(pain-pressure threshold)를 비교한 결과 주로 서서 작업하는 경우 23% 정도 압통한계가 감소한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는 5%만 감소하여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장시간 서서 일하게 되면 주로 하지정맥류나 무릎의 퇴행성관절염·요통과 같은 질병 발생률이 높아지게 된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유산이나 조산·심혈관계질환·방광염과 같은 문제가 보고되는 경우도 있다(Krause 등, 2000). 이 중 서서 일하는 노동자의 건강장해 중 하지정맥류와 근골격계질환(요통·무릎관절·어깨 통증 등)에 대한 보고가 가장 많다.
근피로도 증가와 하지정맥류
백화점 여성노동자의 하지정맥류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유병률이 30%에서 많게는 81%까지 보고되고 있다(Allaert, 2005).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 설문조사에 의한 단편적인 조사결과이긴 하지만 증상 호소율이 47% 로 보고됐다(국가인권위원회, 2007).
물론 이러한 하지정맥류는 체중이나 성별(여성)·임신 여부·유전적 소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개인적 소인이 있는 사람이 장시간 동안 서서 일하면 하지정맥류 발생률이 더욱 높아지거나 혹은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 있는 작업에서 신발은 매우 중요하다. 구두굽이 높으면 앞으로 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허리를 뒤로 젖히게 되고 이것이 허리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4센티미터 하이힐을 신고 1시간 동안 있을 때 허리근육의 피로가 시작되고 6센티미터 이상일 때는 피로도가 증가하기 시작하고, 8센티미터일 때 피로도가 2배 이상 커지게 돼 요통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고 한다(현수돈 등, 2000). 이러한 문제로 인해 통상적으로 신발 굽 높이를 2센티미터 정도를 추천하고 있으며 높이를 5센티미터 이하로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백화점 상품판매원의 근골격계질환, 전체 직종 중 6위
근골격계질환은 너무도 많이 알려진 직업병 중 하나다. 직업성 근골격계질환이란 부적절한 작업자세나 단순 반복적인 동작·중량물 작업 등이 원인이 돼 손목·손가락·팔꿈치·목·어깨·허리·무릎·다리 등 주로 관절부위의 근육과 신경·인대·뼈 등에 나타나는 만성적인 장해를 말한다.
최근 미국 노동성 통계(DOL, 2007)에 의하면 2005년 한 해 동안 직업성 근골격계질환자는 모두 37만5천450건이 발생했으며 이 중 서비스 관련업종이 26만5천280건(70.7%)으로 상품 제조업(11만260건, 29.3%)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종 가운데 유통업이 12만5천430건으로 50% 가까이 차지하였으며, 도매업은 2만7천100건, 소매업은 5만6천600건으로 보고돼 문제의 심각성을 짐작케 했다.
특히 작업별로 세분화하면 백화점과 기타 매장 등에서 일하는 상품판매원이 9천800건으로 미국 전체 직업군에서 6번째로 많은 것으로 보고됐다. 상품판매원을 관리하는 1차 관리자가 5천570건, 계산원이 5천150건, 그리고 이들의 평균 요양일수는 직업군에 따라 8~14일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에서 유통 서비스업에 근무하는 계산원의 근골격계질환 문제는 이미 80년대부터 사회문제가 돼 많은 연구와 인간공학적인 대책이 수립된 상태다. 계산원은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대부분 입식작업이고 작업반경이 좁은 데다 돈과 상품을 반복해 다루면서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의 특성상 근골격계질환에 매우 위험한 직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최근 미국 노동성에서는 슈퍼마켓 등의 상품판매원을 위한 인간공학적 작업관리지침을 제정한 바 있다(Ergonomics for the Prevention of Musculoskeletal Disorders Guidelines for Retail Grocery Stores (DOL, 2004)).
영국 정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근골격계질환은 가장 흔한 직업병으로 19만2천명의 노동자들이 다리에 발생한 근골격계질환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리부위의 근골격계질환으로 2003년과 2004년에 약 220만일수의 노동손실일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됐다(HSE, 2005).
우리나라는 유통업 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 실태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사례는 없다. 다만 단편적인 연구결과(양동도 등, 2006)를 보면 백화점 판매원은 근골격계질환 요주의 추정자는 24.4%, 질병이 의심되는 유소견 추정자는 11.3%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자동차 조립작업자 및 조선소 노동자 못지않게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007년에 이뤄진 유통업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국가인권위, 2007)를 보면 화장품 4사 판매사원들에서 현재 업무를 하면서 얻게 된 주요 질병을 조사한 결과 △발가락 질환(80.1%) △정신스트레스 질환(79%) △근육질환(74.2%) △무릎 및 관절질환(64.8%) △여성·산부인과 질환(64.8%) △요통 및 디스크 질환(64.8%) 등의 순으로 나타나 대부분이 근골격계질환과 관련한 건강문제였다.
법 안지키는 사업주, 감독외면하는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 보건규칙 제 277조에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노동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경우 의자를 비치하도록 사업주에게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작업 중 경우에 따라 앉을 수 있는 의자 요구는 노동자 건강권을 위한 기본적인 요구이고 사업주 의무사항인 것이다.
따라서 의자를 제공하는 문제는 사업주 의무사항에 대한 노동부의 근로감독 부재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노동자는 의자에 앉아서 일하게 되면 관리자로부터 ‘게으르다’는 인식을, 그리고 고객으로부터는 ‘건방지다’는 인식을 받을 수 있다는 심적부담을 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의자를 제공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의자가 제공되었을 때 앉을 수 있는 주위 여건과 인식부터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인간공학적 작업조건은?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의자가 있어도 않아 있기 어려울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1) 정적인 자세로 정해진 위치에 서 있는 자세를 피할 것
(2) 서서 체중을 기댈 수 있는 입좌식 의자를 제공할 것(Sit/Stand Stool)
(3) 정해진 위치에 서서 일할 때는 피로예방 매트를 제공할 것(Anti-Fatigue Mat)
(4) 굽 높이가 4cm 이하의 편안한 신발을 신을 것
(5) 한쪽 발을 살짝 올려놓을 수 있는 발 받침대를 사용할 것(Grating Foot Bench)
(6) 규칙적인 휴식시간을 가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