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근 ‘노동자 집단 사망’으로 논란이 된 한국타이어 문제가 올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집중 추궁될 전망이다.
환노위 의원들은 13일 한국타이어 공장을 시찰한 뒤 대전지방노동청에서 진행되는 국감에서 유기용제에 의한 산업재해 은폐 의혹과 역학조사 미흡, 노동청의 근로감독 소흘 등을 질의할 방침이다.
이날 국감에는 허기열 한국타이어 본부장, 이호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장, 정성호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장, 박두용 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공장의 작업환경과 직업병 연관성 여부에 대해 진술할 계획이다.
◇한국타이어 집단 의문사란?
한국타이어 집단사망 사건은 2006년 5월부터 2007년 9월까지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에서 심장질환(7명), 폐암(2명), 뇌수막종양(1명), 간세포암(1명), 시고암(1명), 자살(1명) 등으로 노동자 15명이 숨진 사건을 말한다.
노동자들과 유가족들은 한국타이어 작업현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 ‘솔벤트’가 심장질환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벤젠이 함유된 솔벤트는 타이어 접착에 필요한 유기용제(세척제)로 쉽게 증발해 호흡기를 통해 흡수되며 뇌와 신경에 해를 끼치는 유해물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올해 2월28일 한국산업안전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역학조사 결과를 통해 “화학물질에 의한 심장성 돌연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만 연구원은 “한국타이어 노동자들이 일반 인구에 비해 심장질환으로 인해 많이 사망한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타이어에서 발생한 심장성 돌연사 등 질병 사망은 고열이나 과로 등 직무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 유기용제 및 유독물질 중독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1996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타이어 노동자 가운데 병으로 숨진 93명에 대한 자세한 역학조사와 특별근로감독을 노동부에 거듭 요구하고 나섰다.
◇노동부 역학조사 결과 은폐 의혹 ‘논란’
유가족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심층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올해 또 한명의 노동자가 숨지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지난 3월 한국타이어 금산공장에서 일하던 한 협력업체의 직원 김모(50)씨가 폐가 굳어 호흡에 곤란을 겪는 폐섬유증으로 숨진 것이 뒤늦게 알려진 것.
아울러 지난 6월 전사원에 대한 건강검진 결과 전체 현장 노동자의 60%에 달하는 2000여명의 노동자들이 1차 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돼 재검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직업병 연관 의혹은 더욱 커졌다. 이는 일반 건강검진 수검자의 2차 재검률(38.9%, 2007년말 기준)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최근에는 노동부가 노동자들의 사망 원인이 유기용제와 연관돼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대책위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완료보고서 및 자문위 회의록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집단사망사건의 사인은 유기용제와 유해물질에 의한 사망 사건”이라며 “노동부가 이를 은폐해 왔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어 “산재은폐와 업무관련 스트레스가 사망원인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결론이 난 상황에서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한국타이어가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관계에서 오는 부담감 때문이냐”며 “재발을 막고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확보해야 할 정부가 본연의 의무를 여전히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씨의 남편인 조현범씨가 부사장으로 있는 ‘사돈기업’으로 최근에는 이 대통령의 아들 인턴사원으로 입사했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지난 1월 “특별감독 때 지적받은 사항들에 대해 90% 이상 개선을 완료했다”며 “노사 자율합의에 따라 실시된 자율안전보건 점검에서 지적된 사항도 93% 개선을 마쳤다”고 반박하고 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15일 대전지방노동청 공무원 2명에 대해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 사건과 관련해 특별감독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노동부에 징계를 요청한 바 있다.
◇환노위,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 집중 추궁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일부는 산업재해가 인정됐지만 현재 역학조사로는 미흡하다. 따라서 진실이 밝혀지기 위해서는 정확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며 “노동부가 한국타이어 사태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리했는지도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화학물질을 비롯해 다른 기업보다 강압적인 기업 문화로 인해 심혈관계 질환이나 돌연사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이 근무하는 기업인 만큼 모범적인 노사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홍희덕 의원 측 역시 “건강검진 재검진 대상이 이례적으로 많은 것으로 봤을 때 타이어 공장에서의 건강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며 “근로감독을 형식적으로 하면서 사태가 심각해졌는데 여기에 외압이 있었는지 명확히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향후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민간이 참여해서 역학조사를 하고, 노동자 건강상태 실태에 대한 조사도 세부적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국현기자 lg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