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피부질환, 더 신경써야
이상윤/ ‘건강과 대안’ 상임연구원·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 maxime68@naver.com
일터의 건강나침반 /
직업 관련 피부 질환은 가장 흔한 노동자 건강 문제 가운데 하나다. 사실 거의 모든 노동자들이 직업 때문에 피부 문제를 겪는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가려움증, 물집, 피부색 변화, 두드러기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가벼운 직업 관련 피부 질환은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국가 수준에서 관련 통계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그나마 미국은 노동통계청에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를 통해 발생률을 내고 있는데, 2001년 자료를 보면 노동자 1만명당 4.3건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직업 관련 근골격계 질환 다음으로 흔한 것이다.
한국에 직업 관련 피부 질환과 관련한 공식 통계는 없다. 다만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2007년 보고서를 보면, 전체 노동자의 4.8%가 일하면서 피부 문제를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산업 노동자가 피부 질환에 시달릴 수 있지만 특별히 위험한 직종도 있다. 음식점, 인쇄업, 미용실, 금속·기계 공장, 병원, 자동차 수리 공장, 건설업 노동자 등은 특히 직업 관련 피부 질환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이런 산업의 사업주들은 직원들이 피부 질환으로 고생하지 않도록 특별한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
피부 질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피부 질환 때문에 생기는 사회적 비용은 적지 않다. 개인당 치료 비용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피부 질환 때문에 결근하거나 심한 사례에서는 퇴직해야 하는 상황도 생기기 때문이다. 알레르기성 피부 질환은 원인 물질을 피하지 않으면 증상이 해결되지 않으므로 어쩔 수 없이 직장을 옮기는 사람도 있다. 직업 관련 피부 질환은 피부에 각종 화학물질이나 금속이 닿으면서 생기거나 오랜 시간 젖은 손으로 일할 때 발생한다. 흔히 ‘습진’으로 알려진 피부염이 가장 흔하고, 두드러기도 만만치 않게 볼 수 있다. 심각한 경우로는 피부암도 직업 때문에 생길 수 있다. 햇빛 때문에 생기는 피부 질환도 있다. 주부를 ‘직업’으로 본다면 ‘주부 습진’이 가장 흔한 직업 관련 피부 질환일 것이다.
이런 직업 관련 피부 질환은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원인 물질과 접촉하지 않도록 하고, 고무장갑과 같은 보호 장비를 쓰며, 증상이 나타날 때 재빨리 그에 대한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다. 당연히 가장 좋은 예방책은 피부 질환을 일으키는 물질을 쓰지 않거나 다른 물질로 바꾸는 것이다. 이런 조처가 불가능하면 보호 장비를 착용해 피부 자극 물질이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지 않도록 한다. 이때 보호 장비는 그 효능이 입증된 것이어야 한다. 작업장 근처에 씻을 수 있는 시설과 공간을 확보해 자주 씻을 수 있도록 하고, 씻은 다음에는 잘 말리도록 수건 등을 둬야 한다. 되도록 자주 로션이나 크림을 발라 수분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