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 산재 불인정 판결 잇따라

[내일신문 2006-09-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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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오랜 기간 진행되는 디스크 특성 때문 … 특정 사고로 인한 발병 입증 어려워

근무 중 다쳐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았더라도 이를 산업재해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허리디스크의 경우 오랫동안 진행되는 퇴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해당 업무로 인해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게 이유다.

최 모씨는 지난 2002년 1월 ㄷ 주식회사에 입사해 용해공(용광로 근무자)으로 일하다가 5개월 후인 5월 약 40킬로그램 정도의 쇳덩이를 옮기다가 허리를 삐끗하는 사고를 당해 약 1년 9개월 정도 물리치료를 받았다.

최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승인을 신청해 요추부염좌(허리통증)에 대해서는 산재로 인정 받았지만 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에 대해서는 척추의 퇴행성 변화에 의한 기존질환이라는 이유로 거부됐다. 최씨는 재심사청구마저 기각되자 행정법원에 요양불승인처분취소소송을 냈다. 최씨는 전 회사에서 근무할 당시에도 요추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에 대한 병원의 소견서를 토대로 요양승인신청을 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사고발생 이후 3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요양을 승인하지 않은 전력이 있었다.

◆사고로 인한 급격한 악화 여부 판단 =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박상훈 부장판사)는 최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소송에 대해 “사고로 인해 기존질환이 급속히 악화됐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패소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씨는 이미 97년 수핵탈출증으로 진단된 적이 있고 현재 상태는 기존증과 의학적으로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ㄷ회사에 입사해 근무한지 약 5개월 정도밖에 지나지 않아 최씨가 ㄷ회사에서 수행한 업무로 인해 경미한 기존질환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사장에서 목수로 근무하는 김 모씨도 머리를 부딪히는 사고 이후 추간판탈출증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았지만 산재로 인정받지 못했다. 서울행정법원은 6일 “김씨의 허리디스크는 외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의 퇴행성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에 비춰보면 사고와 디스크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철도공무원으로 21년간 근무한 윤 모씨 역시 동료직원들과 함께 석유드럼통을 들어올리다가 허리를 다쳐 디스크 판정을 받았지만 산재로 인정되지 않아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윤씨는 선임 부역장으로 업무 내용상 허리에 부담이 가는 업무라고 보기 어렵고 다소 허리에 부담이 가는 업무를 수행했다고 해도 이미 있던 증상을 자연경과적 이상으로 악화시켜 병이 발병한 것이라고 볼수 없다”고 지난달 22일 원고패소판결했다.

판사들은 “허리디스크의 경우 퇴행성질환으로 20대부터 퇴행이 시작되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로 허리디스크가 생겼다거나 업무가 디스크의 자연 진행속도보다 빠르게 병을 악화시켰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장기간 허리 압박가하는 근무 했을 땐 유리 = 반면 법원은 장기간 동일한 업무로 인해 허리디스크가 발생했다면 산재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4년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은 유 모 경장은 11년 동안 근무시간 내내 약 3킬로그램에 달하는 외근 혁대 착용으로 요추부에 부담이 누적되다가 근무 중 발생한 두 차례의 사고 때문에 디스크가 발생하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유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외근 혁대를 착용함으로써 요추부에 계속해서 무리가 가해졌고 잦은 밤낮 교대근무로 인해 피로가 누적됨으로써 요추부에 전반적인 퇴행성 변화가 진행됐다”며 “기존질환인 요추부의 퇴행성 변화가 두 차례 사고로 인해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됐다”고 밝혔다.

15년 동안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했던 손 모씨가 공사 중이던 도로를 운전하다가 받은 충격으로 허리를 다친 것에 대해서도 법원은 “장기간 허리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받아왔던 점이 인정된다”며 산재 판결을 내렸다.

/이경기 전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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