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예외, 돌봄노동은 비공식노동?

[돌봄노동 연속 기고·⑤끝] “돌봄노동에 공공성·사회적 위상 부여해야”

스즈키 아키라 노동건강연대 상임활동가 
기사입력 2011-11-03 오전 11:21:46                    
 지난달 29일 서울역에서는 제2회 전국돌봄노동자대회가 열려 돌봄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하라는 구호로 가득 찼다. 보육교사, 장애인활동보조인, 요양보호사, 간병인의 노동건강실태에 대한 연속기고에 이어, 돌봄노동자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마지막으로 싣는다.  
– 돌봄노동 연속기고
① “어린이집에서 일하다 뱃속 아기 유산해도…”
② “침대에서 휠체어, 목욕탕까지 곡예를 하며 갑니다”
③ “장애인 들다 허리 다쳐 병원비만 200만원, 산재는커녕…”
④ “그림자가 아니라 노동자가 되고 싶습니다”
“돌봄”과 “노동”의 결합
돌봄노동의 개념은 보육, 간병, 가사를 하는 노동을 말하는 것으로 정착하고 있다. 원래 어린이, 질환자, 장애인, 노인에 대한 돌봄 내지 가사는 가정 안에서 사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였다. 그러다 저출산·고령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등 사회 여건의 변화를 통해 사적인 일이 사회화되면서 돌봄 영역이 노동시장에 등장했다. 그러나 가정 안에서처럼 여성의 일이라는 성격(젠더)과 사적인 성격(비공식부문)을 띤 채였다.
그 결과 저임금으로 대표되는 질 낮은 노동조건, 직업병을 달고 사는 열악한 노동환경이 돌봄노동자에게 강제되었다. 여성에 의해 무상으로 제공된 노동이 사회화되면서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지금의 “사회서비스”정책이 된 것이다. 돌봄노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그에 맞는 대가(노동조건, 노동환경)를 마련하는 것이 이용자도 만족할 수 있는 복지사회로 가는 길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1년 총회에서 “가사노동자를 위한 좋은 일자리에 관한 조약”(제189호)을 채택했다. 이는 가사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다른 노동자와 같은 기본적 권리를 가진다고 정하는 역사적인 조약이다. “사업 또는 사업장”에 속하지 않는다고 외면하던 돌봄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부여하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다. 비공식부문으로 구분되었던 노동분야에 노동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해석은 돌봄노동의 사회성과 공공성을 적극적으로 선전하는 계기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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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서울역에서 열린 제2회 전국돌봄노동자대회. ⓒ박지영
근로기준법이 실제로 지켜져야 한다
근로기준법은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정부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장소에서 유기적인 조직 하에 계속적으로 업무를 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간병노동자를 “가사사용인”으로 분류하고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제외했다.
공식노동인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보조인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고는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긴 노동시간과 높은 노동강도에 의해 근골격계 질환 같은 직업성질환이 심각하지만 예방 조처가 전무하고, 직업병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다. 사회보험 가입률도 낮다. 근로기준법은 돌봄노동자 전체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직무스트레스와 폭언·폭행 성희롱에 대한 규제
돌봄노동은 인관관계에 의한 감정노동의 특성을 가진다. 장애인활동보조인, 재가요양보호, 재가간병인들은 이용자의 집에 파견되어 일할 때 이용당사자 및 그 가족으로부터 부당한 요구, 폭언·폭행, 성희롱에 무방비 상태에 놓인다. 또한 긴 노동시간, 높은 노동강도, 저임금, 사회적 인식부족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직무스트레스 위험요인에 대한 예방과 대책으로 사전 교육과 기관을 통한 제재방안, 상담센터 운영 등 제도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저임금 구조의 개선
현재 간병서비스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통해 간병노동을 공식부문에 편입시키는 정책이 제안되어 있고, “돌봄노동자의 법적 보호를 위한 근로기준법,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법 개정안”(김상희 의원, 2010.9.1)도 발의되어 있다. 근로기준법,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못해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안이라 평가된다. 요양보호사에 대한 8시간 노동, 월급제가 제기되고, 재가요양보호사와 장애인활동보조인의 불안정한 임금 체계인 시급제를 월급제로 개선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안전교육과 적정인력 확보
노동강도를 낮게 만들기 위해 적정한 인력 배치도 이루어져야 한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른 보육교사 배치기준에 따르면, 많은 시설에서 배치기준을 초과하는 어린이를 돌보고 있다. 배치기준과 별도로 보육교사가 공통적으로 제기한 요구는 “대체교사 확보”이다. 대체교사를 확보하면 어린이집 업무의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보육교사가 질병이나 임신 등으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를 훨씬 줄일 수 있다. 국가와 지자체가 나서서 예산을 마련하고 대체교사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현행법상 요양보호사 등 보건사회서비스업은 병원 업종 이외에는 안전보건교육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월 2시간의 의무적인 안전보건교육을 요양보호사에게 실시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요양보호사가 돌보는 이용자수는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도 많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기 전에 설치된 요양병원에서는 구법으로 규정된 5 대 1이라는 배치기준이 살아 있다. 치매와 중풍 등 거동이 어려운 중증 노인들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인력배치기준은 매우 미흡하다. 또 공동간병의 경우 간병노동자 한 명이 보는 환자수를 정해져 있지 않지만, 요양병원의 경우 평균 9.8명을 돌보고 있는데 이는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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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휴게 시간과 휴게 공간
보육교사의 경우 근무 중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나마 아이들 낮잠 시간을 이용하는 경우인데 서류 작성 등의 업무로 제대로 쉬기가 어렵다. 간병인, 특히 공동간병의 경우 연속적으로 환자를 간병하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매우 높다. 간병인을 위한 휴게 공간, 탈의 공간, 식사 공간이 병원 안에 없다는 것에 대해 병원 측에 문제제기 해야 한다.
요양보호사도 요양시설요양보호사의 82%가 휴게시간이 따로 없고 식사공간도 54%가 ‘병실’, 33%가 따로 ‘없’는 것으로 나타나 정신적 육체적 피로도가 너무 높다. 재가요양보호사는 이쪽 이용자 집에서 저쪽 이용자 집으로 이동하면서, 전철 안이나 공원 등에서 김밥이나 우유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현실로부터 지역 내 요양보호사의 쉼터 및 재활센터에 대한 요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돌봄서비스의 공공성
이용자에 의한 불합리한 행동을 막고, 돌봄노동자의 인권, 건강, 안전, 휴식 등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돌봄서비스가 공공적인 일이 되고 사회적인 위상이 부여되어야 한다.
돌봄서비스의 공공성과 사회적 위상 확보를 위해서는 공공기관이 직접 운영하는 정책을 확대하고 돌봄노동에 대한 보호기준, 적정 인력 확보 등으로 돌봄서비스의 질 관리에 대한 지자체와 정부의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
 
          /스즈키 아키라 노동건강연대 상임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