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노동자 살인을 멈추게 하자
양대노총·민주노동당·노동건강연대·매일노동뉴스, ‘산재사망 대책마련 위한 공동캠페인’ 시작하며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 | laborhealth@yahoo.co.kr
산재사망도 ‘살인’이다. 이 말이 무색하지 않은 이유는, 1년에 3천명, 하루에 8명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2004년 2,825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으며 8만8,874명의 재해자가 발생했다. 이는 하루에 8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죽지 않아도 될 죽음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웅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죽음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은 높지 않다. 이는 성장지상주의에 기반해 노동자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풍토가 아직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업 활동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기업은 죽지 않아도 될 죽음에 대해 책임지려 하지 않고 정부는 이 죽음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 양대노총, 민주노동당,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는 ‘산재사망도 살인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을 시작한다. 이번 공동캠페인을 통해 사회적 무관심, 기업의 부주의에 의해 죽어가는 노동자의 현실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기업의 책임 강화의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짐으로써 노동자 ‘죽음의 행렬’을 저지하고자 한다. 이번 캠페인의 목표는 △산재사망은 노동자의 실수나 불가피한 사고가 아닌 기업의 살인 행위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산재사망에 대한 기업의 책임 강화는 물론 △정부가 산재사망을 해결하기 위한 전향적 정책을 낼 수 있도록 하며 △산재사망을 발생시킨 부주의한 기업주의 처벌이 강화되도록 검찰과 사법부에 촉구하는 것이다. 이에 5개단체는 오는 27일 정식으로 공동캠페인단을 발족시키고, 앞으로 △다수의 산재사망자를 유발시키는 기업의 실태를 고발함으로써 산재사망에 대해 기업의 책임의식을 갖도록 하기 위한 ‘살인기업 선정식’ △산재사망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죄질이 나쁜 기업에 대한 공표를 요구하는 ‘정보공개 청구운동’ △그리고 올 한 해 동안 지속적으로 캠페인 의미와 내용을 알려내기 위해 매일노동뉴스 기획기사 연재 등의 사업을 펼치게 된다. 이번 글은 ‘산재사망도 살인이다’ 공동캠페인의 첫 번째 기획기사이다. 앞으로 매일노동뉴스는 산재사망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책임 수반과 사회전반의 인식제고를 위해 매월 2회씩 연중 기획기사를 연재할 것이다. 레이버투데이(www.labortoday.co.kr)에 별도의 공동캠페인 게시판도 개설했다. |
일하다가 혹은 일과 관련돼 죽어간 노동자 수가 너무 많다. 노동부의 공식 통계에 의하면 매년 3천여명, 하루에 8명의 노동자들이 일과 관련돼 죽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노동부가 발표한 공식 통계는 일과 관련돼 죽어간 노동자의 수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단적으로 말해 일과 관련돼 죽어간 노동자의 수는 노동부의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다. 노동부의 공식 통계는 산재보험 적용이 된 사례만을 집계한 것이다. 산재보험을 적용받지 못한 업무상 사망의 예를 포함하면, 일과 관련해 죽은 노동자수는 매년 1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죽지 않아도 될 죽음, 1년에 3천여명
사망 사고의 경우에는 산재 은폐가 적다고 하지만, 심심치 않게 산재은폐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직업성 암(4천여명 추산), 직업성 호흡기질환(2천여명 추산) 등 현재 산재보험 적용이 잘 되지 않는 질병으로 인한 사망까지를 포함하면 그 규모가 매년 1만여 명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매년 대규모 사업장 노동조합원 전체 수에 이르는 노동자가 죽지 않아도 될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일과 관련돼 죽어간 노동자 죽음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단지 그 규모가 크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일과 관련된 노동자의 죽음은 원칙적으로 예방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이다. 영국의 보건안전청은 적어도 70%의 산재사망은 예방 가능한 것이었다고 언급했다. 죽지 않아도 될 죽음이 매년 1만 건씩 일어나고 있고, 그로 인해 수많은 가정이 파탄나고 있기에, 이는 단순한 사망이 아니고 윤리적인 문제인 것이다.
한국의 기업, 노동자 생명에 무책임
그렇다면 왜 이러한 비윤리적인 죽임의 행위가 멈춰지지 않고 있는 것일까?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한국 기업이 노동자 생명에 대해 너무나도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기업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착취해 이윤을 생성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역사적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에 의해서 저지돼 왔고, 그 결과 선진국의 기업들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 왔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들은 여전히 일과 관련된 노동자의 사망을 기업행위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부산물 정도로 인식하며, 이에 대한 예방의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사후 수습만 대충 대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기업가들은 경영도 어려운데 산재 예방을 어떻게 하느냐는 식으로 주장하지만, 산재사망을 예방하기 위해 드는 비용은 산재사고로 인해 손실된 비용에 비해 적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기업가들이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무관심과 무책임을 드러내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규제완화 등 정부의 방관도 한몫
한국의 기업이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에 특별히 더욱 무책임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 정부의 방관과 방조가 있었음을 지적해야 한다.
정부는 70년대 경제개발 당시 성장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며, 기업의 발전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 경영 분위기를 앞장서 만들어 갔고, 이러한 상황은 아직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감시와 감독, 각종 규제 장치를 통해 기업의 무책임한 이윤 추구 행위를 방지하는 역할을 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기업의 살인 행위를 방관하고 방조했을 때, 기업이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에 관심을 가질 리가 없음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최근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범람하는 가운데 노동조건은 더욱 악화되고, 노동의 강도는 더욱 강화돼 감에도, 정부는 오히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있던 규제조차 완화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노동자에 대해 전반적으로 너무 무관심하다는 것도 지적돼야 한다. 인구의 1/4이 노동자임에도 노동자를 위한 정책과 서비스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이것은 안전보건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국가 차원에서의 안전보건 영역은 환경안전, 식품안전, 의약품안전, 공공안전, 노동안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정부의 예산과 관련 부처의 규모면에서 보았을 때 노동안전에 투여되는 예산과 인력이 가장 적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가 차지하고 있는 사회적 위치와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노동자에 대한 전반적 홀대 속에 노동자의 죽음 문제가 정당한 사회적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한 것이다.
산재사망 대책 마련 위한 캠페인 시작
일과 관련된 노동자의 죽음은 억울한 죽음이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기업의 무책임한 경영 행위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이다. 산재사망은 사고사가 아니라, 기업의 살인행위에 의한 사회적 타살인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과 정부가 공모해 벌이는 기업의 노동자 살인행위를 멈추게 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과 행동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심각한 기업의 노동자 살인행위를 멈추게 하기 위해 양대노총과 민주노동당,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가 올 한 해 동안 공동캠페인을 벌인다. 캠페인의 목적은 단순하다. 이와 같이 심각한 기업의 노동자 살인 행위의 현실을 널리 알려내고, 이를 근절할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 이 캠페인의 주요 목적이다.
기업의 노동자 살인 행위는 비윤리적인 것일 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노동자가 안전해야 시민도 안전해질 수 있다. 노동안전보건과 공공안전보건은 서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기업의 노동자 살인행위를 멈추게 하기 위한 발걸음에 모든 국민이 동참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의 무책임한 이윤 추구 행위에 족쇄를 채워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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