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석면의 위험을 무시해도 되는가?
방관주의가 낳은 엄청난 재앙들
[7호] 2006년 12월 15일 (금) 마르렌 퇴겔스ㆍ니코 크롤스 lemonde@lemonde.co.kr
지금도 여전히 독성에 대한 충분한 진단 없이 석면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그런데, 석면 관련 제품의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확인되기 까지는 십여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석면의 비극을 멈추기 위해선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 대중이 석면 물질을 접촉하기 이전에 무해성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점이다.물론, 여기에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절대 필요하다.
유럽연합(EU)은 이미 1962년에 석면의 발암위험성을 경고했지만, 2005년에서야, 석면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시켰다.석면 사용금지가 이렇게 늦어진 이유는 전적으로 벨기에와 스위스의 합작회사인 에테르니트(Eternit)사1)와 같은 석면-시멘트 생산 대기업들2)의 로비와 유럽 국가들의 방관적 태도 탓이라고 할 수 있다.3) 현재, 일부 EU국가들은 기업이 석면 노출에 대한 위험성을 직원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은데 대한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가장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최근 소송에서 기업들은 석면의 위험성을 몰랐다고 주장하였다.4)
▲ <로이터/뉴시스> 하지만 프랑스 릴의 형사합의법원은 2006년 4월의 판결에서 알스톰 파워 보일러사에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직원들을 석면에 노출시켰다는 이유로 7만 5천유로의 벌금형을 선고했다.이것은 법원이 기업의 과실죄에 대해 부과할 수 있는 최고형이다.
기소를 당한 전 사장은 징역 9개월의 집행유예와 3천유로의 벌금을 선고 받았다.또한 민사법원은 이 회사에 대해 150명의 직원에게 각각 1만 유로씩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지난해 이탈리아 시실리아에서 에트르니트사의 고위 간부 8명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이들은 판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였다.현재 이탈리아 토리노에서도 역시 같은 회사의 벨기에와 스위스 간부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석면은 내구성과 경제성이 좋은 광물로 캐나다, 러시아,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여전히 채굴되고 있다.석면의 수익성을 알고 있었던 기업들은 석면을 이용해 슬레이트, 직물, 브레이크, 단열재와 같은 수천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였다.
하지만 의사들은 일찍이 석면으로 인한 대형 사고를 예고했었다.근로감독관이면서 의사인 드니 오리보는 이미 1906년에 석면의 유해성을 확인하고 칼바도스 지역의 콩데 쉬르 누와호(Cond?sur-Noireau) 인근에 있는 방적 공장과 직물 공장의 근로자들이 진폐증, 폐결핵, 폐경화증 증세를 보인다는 진단을 내렸다.오리보는 특히 이 공장의 근로자 50명이 사망한 사실에 주목했다.그는 먼지 흡입 시스템을 설치하면 이러한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근로시찰 보고서에 그가 발견한 사항들을 발표하였다.그러나 1970년대에 와서야 유럽의 석면기업들은 예방 대책을 세우기 시작하였다.하지만 석면이 발암물질이고, 위험이 없는 노출 수준을 알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대책은 불충분하였다.게다가 70년대에는 석면을 이용한 제품 생산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은 석면의 유해성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이 유해물을 생산, 판매하였다.1962년부터 유럽공동체 집행위원회는 독일,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6개 회원국에 직업병 리스트와 함께 권고 사항을 제시했다.유럽공동체관보5)에 발표된 이 리스트에는 석면침착증 뿐만 아니라 폐암까지 포함되어 있다.유럽공동체 집행위원회가 참고한 전문가 보고서는 석면에 노출되었을 때의 위험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또한 보고서는 ‘섬유 시멘트(에터니트)의 가공과 생산, 단열 방음 공사’ 등과 같은 주요 위험 요인들을 열거하면서 석면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근로자들이 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1966년 유럽공동체 집행위원회는 이 보고서가 정부 관공서, 민간 기관, 노사 단체, 촉탁의, 대학에 까지 널리 배포되도록 권고했다.보고서는 “집행위원회가 석면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려서 간접적이지만 폭넓게 직업병 예방에 기여하고 의사들의 수고를 덜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6)”라고 명시하고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처음으로 스웨덴과 덴마크에서 석면 생산이 부분적으로 금지되었고, 2005년부터 유럽연합에서 석면 생산이 전면적으로 금지되었다.이렇게 석면 사용금지의 오랜 지체는 오늘날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였다.현재 석면 공장의 근로자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과 공장 주변에 살았던 주민들까지도 사망한 상태이다.오는 2029년에는 서유럽에서 석면으로 인한 석면침착증이나 폐암 그리고 늑막염으로 죽은 사망자 수가 5십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7) 피해자들은 석면 공장의 근로자들만은 아니다.피해자들 중에는 석면공장에서 전혀 일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운 좋게도 반세기 동안 기업들이 석면을 계속해서 생산,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전 유럽국가에서 동시에 사용된 판매 전략과 치밀하게 짜인 로비활동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석면 문제에 정통한 네덜란드 변호사 로브 루에르는 어떻게 기업들이 석면의 위험성을 무시해왔는지 그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미 1929년과 1930년에 석면이 여러 가지 질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세계적 기업들은 석면-시멘트 기업연합을 구성해 결집하였습니다.그리고 기업들은 세계 석면 시장을 ‘작은 국가연맹’으로 만들었습니다.이러한 사실은 터너 앤 뉴월 (Turner & Newall)사의 1929년 연례 보고서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같은 해, 석면기업들은 석면과 석면 침착증과의 관계라는 주제로 열렸던 국제노동기구(ILO)의 토론에도 참석해 자신들을 변호했습니다.그 이후 이들은 늘어나는 공격에 계속해서 맞서고 있습니다.매번 기업들은 최선을 다해 자신들의 입장을 방어하고 있습니다8).”
석면 기업들은 과학자들의 연구를 좌절시키기까지 했다.1965년에 호흡기 전문가로 유명한 프랑스인 쥐드 튀리아프는 석면생산자조합에서 문전 박대를 당하기도 했다.그는 병에 걸린 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늑막암의 원인에 대한 좀 더 심도 있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었다.하지만 튀리아프의 연구사례는 더 이상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1960년대 초에, 호흡기 전문의 이리빙 세리코프는 석면이 폐암과 늑막암을 발병시키는 중요한 원인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를 내놓았다.1964년 뉴욕과학아카데미는 의사 세리코프와 야콥 처그의 주재 하에 석면의 생물학적 영향에 관한 국제회의를 열었다.이 회의는 석면의 유해성을 좀 더 확실하게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회의 보고서가 발표되고 난 후, 석면의 위험성에 대한 과학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세리코프는 기업들에게 석면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특히 그는 석면에 대한 많은 연구 논문을 발표했으며, 그의 이름은 과학 잡지와 서적에서도 자주 인용되었다.기업들의 내부 문서에 따르면 세리코프의 이런 활동으로 인해 기업들은 그를 위험 인물로9) 여겼다.1964년 개최된 국제회의 이후 미국 다국적기업인 오웬스 코닝사는 다음과 같은 내부 문서를 공개했다: “현재 우리의 관심사는 세리코프로 하여금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못하게 해 총매출액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10)
과학적인 공격에 저항한다
▲ <현대미술지방기금(FRAC), 피카르디> 1971년 11월 24일, 25일 이틀 동안 런던에서 열린 석면관련 국제회의에서, 석면 회사들은 그들이 취해야 할 공동 전략에 대해 논의 했다.11) 석면정보위원회의 회장인 F. 하우…
유료회원으로 가입하시면 전체 기사와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