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들어 지하철 4호선 명동역 환기실에 석면 폐기물이 20여일 동안 방치되는 등 납득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노동·환경단체들은 이런 일들이 환경부의 부실한 석면 대책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환경부 부실대처…‘석면 위험’ 되레 키웠다
토양·폐기물과 달리 측정 검증-관리 안해
지하철역 공기 질 조사 2년에 1번 완화도
김정수 기자
환경부가 실내공기질 측정기관들의 석면 측정 방식이나 결과의 정확성을 검증하는 ‘정도관리’도 하지 않는 등 석면 문제에 형식적으로 대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2004년 5월부터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을 시행하면서, 지하철역 등 이용자가 많은 시설의 소유자에게 실내 공기의 석면 농도를 측정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그동안 지하철역 구내의 석면이 문제될 때마다 “공기 중 농도는 기준치 이내여서 괜찮다”는 서울메트로(지하철공사)의 설명도 이렇게 측정한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는 석면 측정을 의무화하는 데만 그쳤을 뿐, 측정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후속 대책 시행을 외면했다. 실내공기질 측정대행업을 등록제로 하면서, 석면은 ‘정도관리’ 대상에도 넣지 않았다. 토양과 폐기물 등에 함유된 유해물질 측정업이 허가제로 정해진데다 정도관리도 엄격히 시행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게다가 환경부는 2004년 ‘지하생활공간 공기질관리법’에 따라 1년에 한 차례씩 하던 ‘지하철역 공기 중 석면 측정’을 2년에 한 차례로 완화하기까지 했다.
노동·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석면 공기질 측정 시료를 지하철역 당 2개 지점 이상에서 한 시간만 채취하도록 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2년에 한 번 이런 방식으로 측정해 정확한 석면 오염의 실태를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허철행 서울지하철노조 산업안전부장은 “환경부의 안이한 자세가 석면문제의 심각성을 가려 지하철을 포함한 여러 부문의 석면공해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상혁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환경부가 아황산가스나 질소산화물 등을 측정하겠다고 공장 굴뚝들에는 실시간 자동측정기까지 달아놓으면서, 국민 건강에 더 현실적 위협이 되는 다중이용시설의 석면을 이처럼 소홀히 다루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지하철역 공기 중 석면 측정을 더욱 강화하고 결과를 전광판 등을 통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고윤화 환경부 대기보전국장은 “정도관리를 포함해, 석면과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해 석면의 위협에서 국민건강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정도관리란? 측정기관들이 내놓는 측정 결과가 항상 정확성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이들의 측정능력을 주기적으로 검증하는 것을 말한다. 정도관리 기관에서 검사 대상 물질이 함유된 표준 시료를 측정기관에 보내 이들이 오차 범위 이내로 측정하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주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