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필관리사 절반이 ‘골병’
근골격계질환을 가장 많이 앓아…휴식시간·업무표준화 필요
이대호 기자/매일노동뉴스
마필관리사들은 기승 조교(말을 타고 훈련시키는 일)와 장제(말발굽에 편자를 박는 일) 등 작업과정에서 허리, 손목, 목, 어깨, 다리, 발목 근육에 안전허용기준을 넘는 부하를 받고 근육 피로도도 높아져 누적성 근골격계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승 조교시 심박수가 분당 180회까지 급격하게 증가하고, 에너지소비량도 분당 8.1kcal까지 치솟을 정도로 격렬한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소장 정영숙)와 인천대학 노동과학연구소 백승렬 교수팀이 공동으로 마필관리사들을 대상으로 인간공학 정밀조사를 한 결과다. 한국노총은 이번 연구결과가 앞으로 마필관리사들이 근골격계질환과 관련된 산재 인정을 받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필관리사 440명에 대한 근골격계질환 증상 설문조사 결과도 연구결과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응답자의 반 정도가 신체부위 중 한 부위 이상의 통증을 호소했다. 이 가운데 통증이 자주 반복되거나 오래도록, 심하게 지속돼 의학적 진단이 필요한 경우도 23.4%에 이르렀다. 이는 자동차 관련 제조업의 7~8%를 서너 배나 상회하는 것으로 마필관리사의 근골격계질환이 매우 심각한 상태임을 뜻한다.
물리치료실 이용에서도 마필관리사들의 근골격계질환 노출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나타났다. 연구팀이 2003~2004년 서울경마장의 물리치료실 치료현황을 조사한 결과 요부염좌, 경부염좌, 관절염증, 디스크, 관절강직, 타박상, 견비통 등 누적성 근골격계질환과 관련된 치료가 대부분이었다.
마필관리사들의 대표적인 작업인 기승 조교는 말이 걷는 것부터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까지 속도에 따라 평보, 속보, 구보, 습보 등으로 나누어진다. 연구팀은 각 조교 형태마다 대표적인 자세를 파악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이 자세가 신체 각 부위에 미치는 부하량을 분석했다.
결과는 평보를 제외한 나머지 자세 모두 허리에 미치는 부하량이 NIOSH(미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안전허용 기준 3400N을 초과했다. 특히 허리를 완전히 구부리고 엉덩이를 치켜든 채 안장에서 몸을 땐 구보 자세에서는 허리부하량이 6211.6N으로 나타나 NIOSH 허용한계치인 6400N에 육박했다. 이 자세에서는 심박수가 분당 144회까지 상승했고, 에너지소비량도 분당 8.1kcal에 이르렀다. 이것은 일반 조립작업의 평균 심박수 85회보다 훨씬 높고, 농구시합 또는 장작패기와 비슷한 에너지소비량으로 매우 격렬한 노동에 속한다.
연구팀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개선 방향도 제시했다. 기승 조교 중간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기승시간 대비 40~50%의 휴식시간 제공과 조교방법 및 말의 특성에 맞는 업무표준화를 제안했다. 또 연 1회 정기적인 근골격계질환 증상 조사와 초기 증상자 관리를 위한 물리치료실 개선, 정규 휴식시간 배치 등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요일’이 위험, 작업강도도 산재도 최고
일반 직장인들에게 ‘월요병’이 있다면 마필관리사들에게는 ‘수요병’이 있다. 마필관리사들은 경마장이 개장하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일하는 대신 월요일과 화요일에 쉰다. 따라서 한 주의 업무 시작은 수요일, 이때 마필관리사들은 일반 직장인들이 월요병을 앓듯 피로감과 무기력증을 느낀다.
한국노총과 인천대 연구팀의 인간공학 정밀조사 결과 기승 조교시 마필관리사들의 심박수와 에너지소비량이 수요일에 가장 높고 일요일로 갈수록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박수는 수요일에 분당 108회로 최고치였고 점점 낮아져 일요일에는 최저치인 93회였다. 에너지소비량도 월요일에는 시간당 281kca였지만 일요일에는 199kcal에 그쳤다.
피로감 속에서 작업량이 늘고 노동강도가 높아지면서 산재율도 수요일이 가장 높았다. 일반 작업장에서 월요일에 산재율이 가장 높은 것과 같은 이치다.
연구팀은 “기승자의 심박수와 에너지소비량, 산재율이 수요일을 정점으로 점차 낮아지는 일관된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며 “근무하지 않는 월요일과 일요일의 작업량이 수요일과 목요일에 이루어져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2007년02월01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