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못 발견하고, 누락 많은 ‘특수건강검진’
<지상중계> 특수건강진단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①
김미영 기자/매일노동뉴스
특수검진기관의 총체적 부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뜨겁다. 민주노총은 10일 전문가 및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특수건강진단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이날 토론회에서 임상혁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자문위원장(원진재단 직업성근골격계질환센터 소장)이 발제한 특수건강검진의 실태와 노동계·정부·산업의학회 등 각 단체의 개선방안을 2차례에 나눠 지상중계한다. <편집자 주>
유해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에 일하는 당신이 만약 특수건강검진을 통해 소음성 난청과 진폐 외 다른 직업병을 발견했다면 대단히 운이 좋은 사람이다.
매년 8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특수건강검진에서 발견되는 직업병은 소음성 난청과 진폐를 제외하면 약 2% 수준. 즉 이와 관련된 직업병유소견 판정을 받는 노동자는 약 100여명 정도이다.
임상혁 소장은 “진폐와 소음성 난청은 비교적 유해요인의 확인과 측정이 용이하고, 쉽게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검사방법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폐의 경우 합병증이 없는 한 치료방법이 없고, 소음성 난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단지 조기발견을 통해 더 이상 분진이나 소음에 노출되지 않는다면 합병증이나 더욱 심한 난청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이다.
실제로 업무상 질병으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요양신청을 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몸에 이상을 느낀 노동자가 개인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발견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임 소장은 설명한다. 산업선진국에서는 많이 발생하는 직업성 암, 직업성 피부질환은 우리나라 특수검진체계에서는 거의 보고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직업병 발견, 사후관리는커녕 실직
운이 좋아 직업병 유소견자로 진단된 노동자들에게 기다리는 것은 ‘치료’나 ‘작업환경 개선’이 아닌 ‘실직’이다. 산업안전공단에서 지난 2004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업병 유소견자 가운데 40%가 퇴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특수건강검진에서 직업병이 발견된 노동자 가운데 산재요양을 신청하는 경우는 20%는 이 가운데 10%만 직업성 질환으로 인정받고 있는 현실이다. 법에 따라 검진을 한다 해도 사후관리 체계가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아무런 소용이 없는 셈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특수검진을 받아도 자신이 질환을 앓고 있는지, 병의 진행경과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사실이다. 직업병 유소견자로 판정받은 노동자의 50%가 매년 똑같은 질병으로 같은 판정을 받고 있다. 임상혁 소장은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직업병이 악화되었는지, 좋아졌는지, 변화가 없는지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검진대상에서조차 누락
임상혁 소장은 대기업 조선소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한 고상백 예방의학 전문의의 연구결과를 인용, 하청노동자의 경우 정규직과 동일 업종에서 일하더라도 고용불안정 상태가 이어져 고용기간보다 건강검진주기보다 짧아 대상에서 누락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1998년 특수검진을 받은 하청노동자 가운데 2000년에도 검사를 받은 경우는 35.5%에 불과했다.
2007년04월11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