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1 기업살인, 기업에 대해 더 많이 말하기
평판보다 이윤이 중요하다
–기업 살인이 멈추지 않는 이유
김명희 / 노동건강연대 회원
“기업 살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듣게 되는 전형적 반응. “기업이 살인이라니, 너무 심한 표현 아니야?” 맞다. 그런데 표현이 심한 게 아니라, 표현 안에 담긴 사실이 심하다. 기업이 사람을 죽게 만드는 현실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판매한다. 사람들이 생계를 꾸려 갈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세금을 내서 지역이나 국가 재정에 보탬이 되도록 한다. 뿐만 아니다. 혁신을 통해 기술과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도 하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업의 존재 이유는 무엇보다 이윤을 얻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환경 파괴를 서슴지 않고 노동자를 부당하게 대우하고 때로는 시민이나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는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들고 야수 같은 기업들을 길들여온 규제 발전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멀리는 아동노동의 금지와 8시간 노동제부터 강제 산재보험의 도입은 몰론,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제조물책임법, 화학물질관리법과 각종 환경보호법규 등의 제정이 이를 잘 보여준다. 기업의 윤리와 자율적 실천만으로 작동하는 자본주의는 역사 상 실재한 적이 없고, ‘보이지 않는 손’은 자동이 아니라 의외로 손이 많이 가는 인공물인 경우가 다반사이다.
자본과 과학의 위험한 거래를 파헤친 책 [청부과학]의 저자로 국내에 알려진 역학자 데이비드 마이클스는 2009-2017년 동안 노동부 산업안전 차관보를 지낸 인물이기도 하다. 이론과 현장에 두루 해박한 그는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기업주들은 본인이 종업원들에 대해 마음을 쓰고 누구도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안전관리를 잘 하는 것이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되고 회사에서 발생한 심각한 사고 때문에 평판이 나빠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 한다. 기업주들은 그래서 자신들이 작업장 안전보건에 특별히 신경을 쓴다고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마이클스는 자신의 오랜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런 말이 그럴 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산재 예방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작업장 안전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과 이윤 사이에는 항상 저울질이 이루어진다고 지적했다. 기업주들이 한편으로는 작업장 안전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 효율성과 매출 증대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천명할 때, 안전 관리자와 현장 노동자들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는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한국사회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그리고 안전보건 비용과 이윤의 저울질에 사용되는 추의 무게가 심하게 불평등하다. 이윤 쪽의 추는 무겁지만 작업장 안전 쪽에 놓이는 추는 지나치게 가볍다. 누구도 일부러 노동자를 위험에 빠뜨리지는 않겠지만, 작업장 안전이 훼손되어도 혹은 노동자나 시민이 죽어도 그로 인해 초래되는 손해나 처벌이 미미하다면 굳이 신경 쓸 이유가 없다. 기업의 사회적 평판? 세상물정 모르는 소리다. 한 가지 사례만 들어보자. 2010년 GS건설이 시공사인 서교동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타워크레인 붕괴사고로 2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일이 있다. GS건설은 이미 2006년과 2009년에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적이 있고, 그 즈음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건설현장, 의정부 경전철 공사현장에서도 인명사고를 낸 전적이 있었다. 심지어 지난 2017년에 일어난 평택 자이아파트 건설현장 크레인 사고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산재 때문에 GS건설의 평판이 나빠지고 수익이 줄어들었는지는 의문이다. 사고 노동자의 원혼이 깃들었을 그 아파트는 ‘서교자이 메세나폴리스’라는 세련된 이름의 핫플레이스로 거듭났고, 자이아파트는 여전히 아파트 브랜드평판 1위를 다투고 있다.
산재에 대한 기업의 처벌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그동안 노동건강연대가 사고 발생 초기에 기업을 고발했거나, 이후 사건 처리 경과를 모니터한 사례 중 두 가지만 살펴보자.
우선 지난 10년 동안 가장 대규모 인명피해를 냈던 산재 중 하나인 이천시 코리아냉동 화재사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건설 중인 냉동 창고의 화재로 무려 40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9명이 상해를 입었다. 전체 56명이 일하고 있던 작업장에서 4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하청업체가 고용한 임시직 노동자였고, 13명은 이주노동자였다. 화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일단 화재가 발생한 이후의 상황은 분명했다. 작업장 내부에는 단열재인 우레탄폼에서 발생한 유증기가 가득 차 있었고, 접착제와 페인트 등 가연성 소재는 물론 용접에 쓰이는 프로판가스통도 현장에 방치되어 있었다. 축구장 네 배 크기의 작업장이지만 냉동 창고 특성 상 수많은 격벽으로 분리된 채 창문이 없고, 출입문은 정면에 단 한 개밖에 없었다. 사업주는 오작동에 의해 공사가 중단될 것을 우려해서 화재경보기와 방화벽을 꺼놓은 상태로 작업하게 했고, 수도관이 동파할지도 모른다며 스프링클러의 물 공급도 차단해놓은 상태였다. 소방당국의 승인도 받지 않은 채 무단으로 설계를 변경했고, 감독기관에는 뇌물을 제공했다. 현장에 안전 관리자가 없었고 노동자들에게 안전교육이나 응급상황 안전훈련이 안 되었음을 물론이다. 정말 전형적인 ‘인재’라고 할 수밖에 없는 사고였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과실치사상을 이유로 기업과 기업주는 각각 2천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졌을 뿐이다. 현장 감독자들은 8~10개월의 징역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벌금 총액 4천만 원에 사망자가 40명이니, 한 명 목숨에 1백만 원인 셈이다.
복잡한 다단계 하도급구조를 가진 건설현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2년 청주 LG화학에서는 폭발 사고로 인해 8명이 사망하고 3명이 크게 다친 일이 있었다. 회사는 처음 설계와 달리 구조와 작업절차를 변경했다. 인화성이 매우 높은 물질을 다루기 때문에 정전기만으로도 화재나 폭발이 발생할 수 있어 바닥에는 대전 방지용 페인트로 칠하고 대전방지 안전화와 제전복을 착용해야 하지만, LG화학은 값이 저렴한 불연재 페인트를 사용했고 대전방지 작업화는 지급하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안전 절차를 모두 지킨 것처럼 허위보고를 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엄청난 인명 손상을 초래한 결과는?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해서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징역 1년, 생산팀장 금고 1년, 생산팀 계장 금고 6개월에 모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기업에는 벌금 3천만 원이 부과되었다. 2011년 LG화학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조 6,819억 원과 2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