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편집위원장 김명희

계절에 한 번씩일하는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를 꼼꼼하게 되짚어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보자는 의미로 <노동과 건강>을 만들고 있습니다그러나 매번 책 발간이 늦어지고 매번 반성문을 쓰면서 책을 시작하게 됩니다. 4계절이 아니라여름/겨울만 있는 곳이라면 부담이 좀 줄어들 텐데 하는 헛된 상상도 해봅니다.

계절이 수십 번 바뀌는 동안노동건강연대가 줄곧 이야기했던 기업 살인’. 이번 호에도 다시 한 번 특집으로 다루었습니다올 한 해 안타까운 산재 사망 소식이 들릴 때마다노동건강연대 기업살인대응팀에서는 열심히 자료를 모으고 정리해서 회원들과 공유했습니다이를 바탕으로 한지훈 활동가가 ‘2018년 기업살인 – 원하청 관계에서의 사망을 중심으로라는 글을 써주었습니다우리 회원인 강원대 법대 전형배 교수의 초청 특강을 지상 중계한 기업살인법비관과 낙관 사이에서 상상해 본다에는 기업살인법 제정 운동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원래 계획대로라면 기업살인 특집 원고는 사실 여기서 끝나야 했지만현실에서 기업살인의 마감이란 없었습니다. 12월 청년 노동자의 비극적 죽음 앞에서 ‘2018년 겨울범인은 누구인가 – 김용균의 죽음 앞에서라는 글이 덧붙여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8년은 미투 운동의 해이기도 했습니다한국여성노동자회직장갑질119, 시민건강연구소의 활동가연구원이 모여 노동의 관점에서 미투 운동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이 내용을 미투의 시대일하는 여성의 세상에서 본 미투라는 제목으로 지상 중계합니다.

<노동과건강>은 일하는 사람의 건강 문제를 다룬 해외 연구나 법제도사회운동을 꾸준히 소개해왔습니다이번 해외연구 동향 코너에서는 이주연 회원이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를 소개해주었고박진욱 회원은 긱 이코노미와 노동자 권리 투쟁 사례를 소개해주었습니다.

한편 2018년 하반기에는 보건의료운동과 관련한 여러 행사들이 있었습니다한국을 찾은 페미니스트 노동보건과학자 캐런 메싱 교수의 강연회에 참석한 이나단 활동가미국의 의료영리화를 비판한 책 코드 그린의 북토크 행사에 참여한 한지훈 활동가가 각각 후기를 적어주었습니다그리고 시민건강연구소의 김정우 연구원은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 대한 젊은 세대의 감상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원고 편집을 마무리하는 동안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일보 전진이라 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노동자의 권리건강과 안전을 지킬 권리를 담고 있는 건조한 법 조항문구 하나하나마다 한 사람의 생명과 가족들의 눈물이 깃들어 있다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또 다른 김용균이 생겨나지 않도록 만드는 것노동건강연대가 나아갈 길이고 우리 남은 자들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