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업현장 질식사고를 예방하자
입력: 2007년 06월 14일 17:44:48
올 여름은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지구온난화 등 기상이변으로 인해 날씨의 변동 폭이 매우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름엔 산업현장에도 비상이 걸린다.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업무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야외 작업이 많은 사업장들은 무더위를 씻어줄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바쁘다. 한낮을 피해 작업시간을 조정하거나 얼음조끼나 옥외 에어컨을 준비하기도 한다. 또 빙과류를 제공하거나 에어자켓을 지급하는 사업장도 있다.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조치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여름에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질식 재해다. 지난해 여름 제주도의 한 제지공장 폐수처리장에서 설비 점검을 위해 밀폐공간 내부로 들어간 근로자가 유독가스에 질식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장 밖의 책임자는 동료를 구하려고 급히 내부로 들어갔다가 역시 유독가스에 질식돼 쓰러졌다. 이를 본 다른 동료 역시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구조를 위해 밀폐공간으로 진입했다. 결국 3명 중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작업에 들어가기 전 안전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데다 구조 작업 때도 안전을 소홀히한 밀폐공간 사고의 전형이다.
밀폐공간에서의 질식 사고는 일반 재해보다 사망할 확률이 3배 가까이 높다. 통계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06년까지 8년 동안 질식사고로 149명이 사망하고 51명이 부상했다. 특히 6~8월의 여름철에만 전체 사망자의 41.6%(62명)가 발생했다. 또 질식 사망자 10명 중 1명은 밀폐공간에 쓰러진 동료를 구하려고 내부로 들어갔다가 쓰러져 숨졌다.
여름철에 유독 질식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은 기온이 상승하고 잦은 호우로 인해 미생물 번식이 활발해지면서 맨홀이나 저장탱크와 같은 밀폐공간에 산소가 부족해지고 유해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밀폐공간이 치명적인 위험 장소로 바뀌는 까닭이다. 이곳에서 별도의 안전조치 없이 작업하면, 산소결핍에 의한 의식 상실이나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하는 것이다.
밀폐공간의 질식사고를 예방하려면 3가지 정도의 안전수칙은 꼭 지켜야 한다. 첫째, 밀폐공간에서는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산소나 유해가스 농도를 반드시 측정해야 한다. 둘째, 충분한 환기를 실시해 유해가스를 빼내고 신선한 공기로 비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밀폐공간에서 사고가 일어나 구조를 할 때에는 반드시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들어가야 한다. 3가지 기본적 안전수칙만 철저히 지키면 밀폐공간에서의 불행한 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 안전사고에 예고란 있을 수 없다. 사고 위험이 있는 작업이나 작업장소에 대한 올바른 안전조치와 함께 근로자들이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길만이 사고를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일터에서 운을 기대하기보다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훈련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올해에는 안전수칙을 실천, 해마다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질식재해를 예방하자.
〈박길상/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