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1년 넘게 싸워 산재요양 받아냈다”
마산 택시 노동자 김춘식씨, 산재보상보험심사위 재심사 ‘승소’ 결정 받아
윤성효(cjnews) 기자
한 택시 노동자가 업무상 교통사고를 당한 뒤 산업재해 보상신청을 했지만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1년 넘게 ‘나 홀로 싸움’을 벌여 결국 인정을 받아냈다.
김춘식(53·마산 삼우교통)씨는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아래 산재심사위)로부터 ‘지난 해 5월 8일 근로복지공단 창원지사가 내린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는 결정 통지서를 받았다”고 3일 밝혔다.
10년간 택시운전을 했던 김씨는 2003년 5월 삼우교통에 입사했다. 그는 2004년 3월 26일 마산 진북면 진북육교 신호대 앞 도로에서 신호위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때 김씨는 허리 등을 다쳤다. 병원 진찰 결과 그가 받은 병명은 ‘추간판(연골) 탈출증’과 ‘경추부염좌’, ‘뇌진탕’, ‘양술부 좌상·염좌’였다. 사고 뒤 2년간 자동차보험으로 치료를 받던 김씨는 2006년 3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을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 창원지사는 ‘요양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후 김씨는 산재심사위에 ‘심사’를 청구했지만 이 또한 기각 당했다. 이에 김씨는 2006년 11월 17일 행정심판의 마지막 단계인 산재심사위에 재심사를 청구했고, 급기야 이번에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결정을 받아 낸 것이다.
근로복지공단과 산재심사위 심사 때 불승인과 기각 결정이 내려진 것은 “‘추간판 탈출증’은 기존에 있었던 질환이고, 나머지는 2년간의 치료를 통해 충분한 치료가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
김씨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기존에 허리 부위 치료 경력이 있기는 했지만 사고로 피해가 컸고, 사고로 인해 기존 질병이 악화됐다”면서 “기존 허리 통증도 교통사고 등 업무 중에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재심사위는 이번에 재심사 결정을 내리면서 “추간판의 퇴행성 변화가 재해(사고)로 인해 자연경과 이상의 속도로 급격히 악화되어 발병한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 병도 근로복지공단 등에서 업무상 재해와 관련성은 인정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치료기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요양승인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민간보험사는 인정하는데 공적인 사회보험은 인정안해?”
김춘식씨는 근로복지공단과 산재심사위의 심사 때 불승인과 기각 결정이 내려지자 억울하다고 밝혔다. 당시 사고에 대한 피해보상을 담당했던 한 보험회사는 “당시 사고로 40% 이상 신체상의 손실이 더 생겼다”고 판단했다는 것.
그는 “민간보험사는 인정하는 것을 공적인 사회보험인 산재보험에서 인정하지 않는 것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근로복지공단 등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지난해 말부터 서울과 마산을 오르내리면서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근로복지공단과 청와대 앞을 오고가면서 최근까지 1인시위를 벌였다. 그가 서울에서 1인시위를 할 때는 숙소를 주로 전국민주택시노조 사무실을 사용했다. 그는 1년 넘게 근로복지공단 등과 싸우면서 거의 일손을 놓았다.
김씨는 이전에도 경찰의 잘못된 교통사고 조사에 항의하며 나홀로 소송을 벌여 승소를 하기도 했다. 2003년 11월 24일 마산시 합성동 철길시장 앞에서 자건거를 타고 오전 70대 노인과 접촉해 전치 6주의 부상을 입히는 사고를 냈다.
사고 지점은 약간 모퉁이로, 도로 중앙에는 황색점선이 그어져 있었는데, 사고 당시에는 선이 지워져 황색이라기보다 흰색에 가까웠다. 경찰과 검찰은 사고 원인이 중앙선 침범으로 보고 김씨에 대해 약식명령을 내려 벌금(200만원)과 면허정지(45일)를 처분했다. 김씨는 ‘안전운전불이행’ 정도로 여겼는데 ‘중앙선 침범’이라는 조사 결과가 억울하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경찰의 잘못된 사고 조사에 정식재판 청구해 무죄 받아내”
1심 재판부는 벌금 20만원을 선고했는데 김씨는 이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고 선고했다. 김씨는 당시 재판을 변호사 없이 혼자서 진행했다. 경찰의 잘못된 사고 조사로 피해를 입었다고 본 김씨는 2005년 말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면서 경찰의 사과와 손해배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번 산재신청까지 거의 3년간 생계를 돌보지 않고 ‘법정투쟁’ 등을 벌여 왔다. 택시운전으로 마련했던 아파트는 이미 날아가 버렸다. 가족들은 아는 사람들이 마련해 준 전셋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산재심사위로부터 통지서를 받은 김춘식씨는 “너무 힘들었다.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기관의 잘못된 처분으로 인해 피해를 보았는데, 그것을 바로 잡기까지는 엄청난 힘이 들었다”면서 ‘생계를 돌보지 못할 정도로 이 일에 매달렸는데, 그동안 힘들었던 생활은 어디서 보상 받아야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