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업계 산업재해 사망자 현황
조선 강국, 안전사고 대책은 ‘뒷걸음질’
휴가철 맞아 협력업체 대거 투입…위험성 높아
사고 유형 해마다 되풀이…올 들어 17명 숨져
조일준 기자
수주 물량이 넘쳐나는 조선업계에 산업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일 전남 영암 현대삼호중공업에서 크레인이 넘어져 작업하던 노동자 2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조선업계에선 올해 들어 17명이 업무상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여름철 조선소는 휴가를 떠난 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신해 주로 협력업체 직원들이 작업에 투입되면서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실정이다. 이번주부터 일제히 2주 안팎의 집중휴가에 들어간 조선업체들이 시설 개·보수에 나서면서 작업 현장이 어수선한 것도 사고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인명사고도 작업현장에 익숙하지 않은 외주업체가 크레인 신규 설비공사를 하던 중 참사를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 통계로는 지난해 조선업계에서만 35명이 각종 안전사고로 숨졌다. 여름철 사망 사고가 급증했던 지난해에는 산업안전공단 조선업재해예방팀이 ‘중대재해예방 특별대책’을 세워 재해발생 사업장을 중심으로 안전 상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 4월 주요 7개 업체에 대한 자율안전평가와 6월 실시한 감독 당국의 한 차례 사후관리가 고작이다. 노동부가 지난해부터 100명 이상 노동자를 둔 조선업체 48곳을 대상으로 ‘안전관리 자율평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안전성 평가를 사업자의 판단에 맡김으로써 재해예방 활동이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추락, 협착(끼임), 화재·폭발, 낙하물 사고, 교통사고 등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해마다 되풀이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국금속노조의 박세민 노동안전국장은 “조선업체들이 노동자 안전을 염두에 두지 못할 만큼 수주물량이 폭주하는데다 비숙련 하청노동자들을 무분별하게 고용하면서 재래형(후진국형) 안전사고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조선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정규직에 견줘 2~4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속노조는 조선업종의 빈번한 산재 사고를 막으려면 노동부 등이 실질적인 지도·감독을 펼치고, 재해예방 정책과 프로그램을 입안해 추진·평가하는 과정에 사업주뿐 아니라 현장 노동자들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동부 산업안전팀 관계자는 “조선업은 노동강도가 세고 새로운 위험요인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만큼 감독만 강화한다고 사고가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주변 위험요소를 스스로 발견해 제거하고 작업 과정에서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연말까지 ‘안전수칙’ 증보판과 ‘위험성 평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조선업체에 보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