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말, 석면을 걷어내자](하) 어떻게 해결하나
“부산시가 적극 나서야 할 때”
‘부지 매도자 부담’ 판결 타지역 사례 주목
동국제강도 “도의적 책임” 전향적 의사
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 동생말 지구에 폐기물을 갖다 묻은 건 동국제강, 슬래그 외 석면 등을 쏟아붓는 줄도 모르고 감시감독을 소홀히 한 건 부산시인데 왜 피해는 시민들이 봐야 하나. 몰랐으면 모를까 석면이 묻혀 있다는 걸 안 이상 이번 기회에 파내고 가야 한다는 요구들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번에 파내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흐지부지 넘어갔다 언젠가 또다시 문제가 될 게 뻔하다는 것.
대한석면협회 김정만(동아대 의대 교수) 회장은 “석면은 지금까지 개발한 화학물질 중 가장 위험한 물질이라고 얘기될 만큼 그 위해성이 심각하다”면서 “환경부에서 석면을 지정폐기물로 분류한 만큼 이기대 공원이 아닌 지정된 장소에 따로 분류해서 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부산시와 남구청이 당장의 눈가림만 하면 된다는 식의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충고했다.
환경단체는 가장 먼저 부산시가 나서야 한다며 부산시를 압박하고 있다. 부산녹색연합 강지윤 국장은 “부산시와 남구청, 동국제강과 땅 소유주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오고 있다”면서 “결국 폐기물을 묻은 동국제강에 책임을 묻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석면을 묻도록 한 부산시가 직접 책임을 지든, 아니면 땅 소유주가 하든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한다면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파내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폐기물 관련법이 없던 시절에 매립된 것이라 해도 현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는 만큼 부산시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
유사 사례인 경남 마산시 월영동 한국철강㈜ 부지의 경우 마산시가 나서 토양오염 복원 및 폐기물 처리 비용을 부지 매입자인 ㈜부영에서 부담하도록 했고 그 이후 관련법을 다시 적용, 정화 책임자로서 한국철강을 추가로 지목했다. 그리고 부영은 한국철강으로부터 처리 비용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또 지난 2005년 경기도 안산시에서는 공장용지를 구입해 불법 폐기물까지 처리한 모 반도체 회사가 소송을 제기해 부지 매도자가 처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동국제강도 동생말 슬래그 및 폐기물 매립 건과 관련해 “워낙 오래전 일이라 석면 매립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법적 책임을 떠나 부산에서 자라난 기업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 행정 지시가 있다면 그에 따르겠다”고 11일 밝혔다.
그런 가운데 동생말 문제는 국회 국정감사로까지 확대되게 됐다. 조성래(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오는 17일 국회에서 열릴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박종주 부산시 환경국장, 이종철 부산 남구청장, 김영철 동국제강 사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동국제강의 동생말 폐기물 매립 문제와 남구청의 은폐 의혹에 대해 따져 물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폐기물 관리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발생한 일이므로 법을 소급해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용호동 주민 김모(48)씨는 “동국제강이 책임질 뜻까지 내비쳤음에도 법을 소극적으로 적용해 안된다고만 하는 부산시는 도대체 누가 만들어준, 누구를 위한 지방정부냐”면서 “시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고 이에 대해 시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데도 이번 매립 건에 대해 동국제강 못지않은 책임을 느껴야 할 부산시가 뒷짐만 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현정기자 yourfo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