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산재 사망, 정규직의 2배
위험작업 내몰려 ‘직격탄’
노동재해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에 견줘 2배에 이른다는 노동부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노동부 산재통계개선위원회가 2~5월 대규모 사업장 2040곳을 대상으로 시험표본조사를 벌여 21일 발표한 결과(그래픽 참조)를 보면, 산재 사망자 총 34명 가운데 고용 형태가 확인되지 않은 2명을 빼면 비정규직이 21명, 정규직 11명이었다. 비정규직의 중대 재해 위험도가 정규직의 2배에 이르는 셈이다. 정부가 고용형태별 노동재해 실태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2도크. 건조 중이던 선박 내부의 10층 높이(지상 23m) 허공에서 ‘작업대’를 설치하던 김아무개(37)씨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파이프로 된 지지대에 그냥 얹어 놓기만 한 발판이 밀려나며 푹 꺼져 내린 것이었다. 김씨는 ㅎ협력업체에 입사한 지 1년밖에 안 된 비정규직이었다. 전날인 12일에도 선박 안 작은 구조물 속에서 장시간 쪼그려 앉아 페인트칠을 하던 ㄷ협력업체 소속 정아무개(60)씨가 심장마비로 숨졌다. 올해 대우조선에서 사고사·과로사 등으로 숨진 노동자는 7명. 모두 비정규직이었다. 대우조선해양노조 신승훈 조직부장은 “호황을 맞아 협력업체들이 근무경력이 짧은 비정규직을 대거 투입하다 보니까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진노동안전보건센터 김신범 실장은 “위험한 작업에 비정규직과 사내하청업체들이 투입되며 빚어진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노동부 조사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승인 내역을 단순 합산했던 것과 달리, 사업주가 직접 작성한 산재 발생 기록표를 수거해 이뤄졌다. 그 결과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 743곳 가운데 공상까지 적극적으로 기록한 곳은 103곳이었는데, 이들 사업장의 총재해건수는 431건으로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승인 건수(133건)의 3배를 넘었다.
이를 두고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산재 승인 건수에 바탕한) 정부의 산재 통계 발표의 허구를 입증하는 조사 결과”라며 “정부는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승인 통계에만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 산재 통계 방식을 적극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