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방역의 차별적 접근 중단해야
– 재소자들에게 시민들과 동일한 보건의료혜택 제공해야
– 교정시설 과밀수용 해소 등 개선안 즉시 내놓아야
오늘(6일) 동부구치소 6차 전수검사에서 또다시 66명이 추가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수용자 확산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동부구치소는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후 단일시설 최대규모 집단감염으로 기록되었다.
동부구치소 사태는 재소자에 대한 정부의 반인권적 차별대응 때문에 발생했다. 법무부와 교정당국은 초기 역학조사와 격리를 일반 시민에 준해 시행하지 않았다. 11월 말 첫 확진자가 나왔지만 외부와의 차단에 주력했을 뿐 3주간이나 전수검사는 없었다. 또 비접촉자, 접촉자, 확진자를 뒤섞었다. 정부가 교정시설 외부에서는 밀접접촉자를 격리하는데 교정시설에서는 이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시민에게는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하는 정부가 국가관리시설에는 가장 기본적 수칙도 지키지 않아 ‘살려달라’고 절규하게 만든 것이다. 마스크를 제대로 지급하지도 않았고, 치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온다. 유엔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넬슨만델라규칙)에 따르면 정부는 재소자에게 사회에서 제공되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보건의료 혜택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동일한 수준의 의료는커녕 무책임한 방치로 감염을 확산시켰고, 교정시설을 외부로부터 격리하는 데만 집중했을 뿐 재소자 건강과 생명에는 철저히 관심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제라도 정부는 교정시설 내 감염 피해자들에게 사과부터 하고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
정부가 지금 즉시 해야 할 일은 과밀수용 해소 등 교정시설 수용자 처우개선안을 내놓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발표된 국제인권지침들에 따르면 수감·구금자는 감염병에 특히 취약하므로 정부는 즉각 조치를 취해야 했다. 즉 석방이나 비구금형을 고려해야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준수를 위해 과잉수용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해야 했다. 정부는 이런 대응은 전혀 하지 않아왔다. 이미 국내에서도 2016년 헌법재판소가 교정시설의 과밀수용을 위헌이라고 결정했을 정도로 사회적 문제제기는 계속되었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아왔다. 동부구치소 역시 정원의 116%인 2413명이 과밀수용되어 있었다. 정부는 개개인에게는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방역수칙 위반자를 처벌까지 하지만, 재소자들은 실제 거리두기를 지킬 수 없는 환경에 밀집해 방치해왔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교정시설 수용자의 과밀 문제나 보건의료서비스 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개선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는 현 코로나19 위기 상황 재소자와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나, 최소한의 보편인권 달성을 위해서나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정부가 현 사태의 단기적 수습책을 내놓는데 그치며 교정시설 인권침해 상황들은 고스란히 방치한다면 스스로 인권을 말하는 ‘민주정부’로서의 자격이 없다.
일생의 27년을 감옥에서 보낸 고 넬슨만델라는 “감옥에 들어가 봐야 그 나라를 제대로 알 수 있다. 한 나라를 판단하는 기준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국민을 대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태는 한국의 인권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 재앙이다. 정부는 ‘K방역 성공’이나 ‘뉴딜경제’를 운운하기 전에 낮은 곳의 국민을 향한 최소한의 책무부터 다해야 한다.
2020. 1. 6.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