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99호입니다! 99, 100, 101이 그저 연속된 숫자의 하나일 뿐이라고 태연한 척 말하면서도 사실 두근두근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축하받을만한 일’을 앞두고 있다는 설렘 한편으로,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100호까지 가는 마지막 구간도 역시나 험난하구나 실감하고 있습니다.
백신개발이라는 희소식이 무색하게 국내외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 유행과 그로 인한 노동자, 시민들의 고통, 우리의 삶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매서운 혹한. 그리고 이러한 극한의 상황에서 해를 넘겨 노숙농성을 해야 했던 산재 유가족들의 모습. 성과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아쉬움이 크고, 아무 일도 아니었다고 말하기에는 무거운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에 이르기까지. 지난 연말은 ‘숨이 가쁘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해보입니다.
99호 『노동과건강』은 노동건강연대 한해 활동의 종합이면서, 이러한 최근 상황들을 차분히 정리해보는 글들로 채웠습니다.
우선 “코로나19는 노동자에게 어떤 상흔을 남기고 있는가?” 기획은 재단법인 숲과나눔의 지원으로 상근활동가들이 수행한 연구 내용을 소개합니다. 콜센터, 물류, 청소, 요양․돌봄 등 코로나19 시대, 너무나 필요하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두 번째 기획은 2021년 노동자건강권 운동을 전망합니다. 사회적참사위원회에서 노동건강연대로 복귀한 전수경 활동가가 ‘재난의 불평등 앞에 연대하는 시간’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지난 한 해를 사회운동, 노동자 건강권 운동을 돌아보았고, 이상윤 대표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글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이후 노동안전보건운동의 과제는 무엇이어야 할지 고민을 정리했습니다.
[해외소식] 코너에서는 캐나다 토론토대학 보건학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이주연 회원이 현지 보건의료노동조합의 코로나19 대응 활동의 현황과 성과를 전해주었습니다. 한편 중앙대 사회학 박사 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는 류한소 회원은 [연구현장] 코너를 통해 프랑스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직면한 현실을 분석한 논문을 소개합니다. 지구 다른 곳의 현실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그러면서도 서로 배우고 참고할 것이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는 글들입니다.
[노동정책리뷰] 코너에서는 국종애 상임활동가가 지난 가을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 ‘필수노동자’ 정책을 비판적으로 살펴보았고, 남준규, 박한솔 두 상임활동가는 [노동건강연대 지금]을 통해 지난 한 해 노동건강연대가 열심히 작업했던 두 가지 콘텐츠 개발 사업 경과를 소개했습니다. 노동건강연대가 주장하고 알리려 했던 내용들이 좀 더 멀리,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없어서 항상 아쉬움이 컸는데, 능력자 활동가들이 함께 하면서 속속 성과물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독자들도 글을 읽은 후 [첫 노동 공략집] 소책자와 유튜브, ‘삼우실’ 인스타툰과 유튜브, ‘건강하게 일하고 볼 일이다’ 매거진을 꼭 찾아서 살펴보고 널리 퍼뜨려주세요.
99호부터 야심차게 시작한 새 코너들이 있습니다. 우선 [일하는 당신을 위한 공공서비스] 코너에서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공공 부문의 노동안전보건 관련 서비스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박상빈 상임활동가가 ‘서울근로자건강센터’를 찾아 노동건강연대회원이기도 최영철 부센터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또 다른 코너는 회원인터뷰 [다가가다]입니다. 사실 노동건강연대를 떠받치는 두 축은 일당백 상임활동가들과 든든한 회원들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회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노동건강연대에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활동을 함께 할 수 있을지 살갑게 이야기를 건네 본 적이 별로 없었죠. 무려 20년 동안… 너무 뒤늦게 시작했지만, 앞으로 회원 한 분 한 분 열심히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차례를 기다려주세요. 먼저 초대해주셔도 됩니다. 3년 만에 입어본다는 양복차림으로 노동건강연대를 정중하게 맞이해주신 회원 박정준 노무사가 첫 이야기 손님입니다.
[영화읽기] 코너에서는 박한솔 상임활동가가 신수원 감독의 작품 《젊은이의 양지》를 보고 ‘현장실습생의 죽음과 좋은 어른에 관한 질문’이라는 글을 남겨주었습니다. ‘꿈을 포기하면 만날 수 있는’ 젊은이의 양지란 과연 무엇인지, 독자 여러분도 영화를 직접 감상해보시길 권합니다.
지금까지의 소개글에서도 알 수 있듯, 코로나19 때문에 움직이기 어렵고 유난히 많은 과제와 활동으로 바빴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상임활동가들의 글이 『노동과건강』에 실렸습니다. 글을 쓴 것뿐만이 아니라 열심히 토론하여 기획안을 만들고 인터뷰를 나가고 원고 관리까지, 전 과정을 상임활동가들이 완수했습니다. 특별히 전체 과정을 책임져 준 박상빈 상임활동가의 수고에 대해 꼭 밝혀두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편집위원장을 맡아왔지만, 이렇게 ‘편하게’ 일할 수 있다면 앞으로 200호, 300호까지 장기집권하고 싶다는 헛된 욕심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든든한 상임활동가들과 함께 『노동과건강』 100호를 준비하고, 2021년 노동건강연대 활동을 벌여 나가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회원 여러분, 독자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동건강연대는 계속 전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