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산업은 유해물질 백화점”
대기업 횡포로 취급물질조차 파악 못 해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사건으로 전자부품업체의 유해물질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자부품산업은 ‘유해물질의 백화점’으로 불릴 정도로 수천가지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다루는 노동자의 건강문제는 유해물질 중독사건이 터지고 난 뒤에야 공개될 뿐이다.
전자부품업체의 유해물질 중독사례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95년 경남 양산의 LG전자부품공장. 부품 세척작업을 하던 여성노동자들이 2-브로모프로판(2-bromopropane)에 중독돼 생리불순, 난소부전증과 같은 집단적인 생식독성 증상을 보였으며, 남성노동자의 경우도 이로 인한 무정자증 등이 나타났다.
이 사건은 2-브로모프로판이 사람의 생식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전세계 최초의 사례로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2005년 태국 여성노동자의 앉은뱅이병 집단발병 사례도 전자부품업체였다. 경기도 화성시 소재 LCD, DVD 부품 제조업체 공장에서 근무하던 태국 여성노동자 5명이 세척제로 쓰이는 유기용제에 중독돼 하반신이 마비되는 ‘다발성 신경장애’에 걸린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 충격을 던졌다.
그러나 문제는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들에 의해 유해물질 논란이 가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유정옥 산업의학과 전문의(전 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은 “외국에서도 반도체공장을 비롯해 전자부품 제조업체의 유해물질 중독사례는 거의 밝혀진 바가 없다”며 “이에 대한 연구가 대부분 IBM 등 다국적기업의 후원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의 유해성을 지적해온 시민단체들에 의해 유럽은 2006년 7월부터 전기·전자제품 내 유해물질을 공개하도록하고 특정물질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