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을 걷는 공사장 비정규직…안전교육·산재처리 딴 세상 얘기
입력: 2008년 02월 01일 02:24:22
“공사판은 지뢰밭입니다. 잠시 한눈 팔면 순식간에 사고가 나죠. 대부분 비정규직들에 의해 공사가 진행되지만 다치기라도 하면 산재처리도 못받는 신세가 돼 버립니다.”
건설현장 등 비정규직이 주로 투입되고 있는 산업현장이 갖가지 위험에 노출돼있으나 이들은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받지못한 채 현장으로 내몰리는가 하면 사고를 당해도 산재처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대전 시내 공사현장에서 산재사고를 당한 양영두씨(42·대전 대덕구)는 31일 “시공사에 안전 책임자가 있지만 교육은 형식적”이라며 “대전 노은동 공사장에서 6개월 일하면서 교육은 딱 2번 받았다”고 말했다. 양씨는 상가 신축현장에서 왼쪽 다리가 골절되고 앞 이빨이 2개나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지만 회사에서 산재처리를 거부해 공상처리만 받고 다시 공사장을 옮겨다니고 있다.
대구에서 공사 현장을 전전하는 장동열씨(45·대구 달성군 화원읍)는 “어떻게든 공기를 단축해 비용을 줄이려는 사람들이 일꾼들에게 안전사항 다 지켜가면서 일하라고 하겠냐”고 반문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에는 ‘현장투입 전 1시간씩 안전교육의무화’ 등의 조항이 있으나 이를 제대로 지키는 현장은 없다”며 “업체들은 또 산업 재해가 발생하면 영업정지나 입찰제한, PQ(사전심사제도)시 감점 등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합의로 끝내려 한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의 나쁜 노동요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보험과 건강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등 4대보험 가입률의 경우 정규직은 모두 90%를 상회했다. 반면 비정규직은 산재보험(89.8%)을 제외하고는 국민연금(33%), 건강보험(34.7%), 고용보험(32%) 등으로 35% 미만이었다. 임금 또한 정규직의 절반 이하였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받은 한달 임금총액은 117만5000원으로 정규직(243만8000원)의 48.2%에 불과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박사는 “간접 파견과 용역, 일일근로 등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에서 이제부터라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비정규직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원·하청업체의 연대책임 강화 △비정규직 차별시정 3자개입 △사내하도급특별법 제정 등을 제안했다.
〈 경태영·박태우·정혁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