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인천 남동공단의 한 제조업체에 산업연수생으로 취업한 중국동포 신모씨(29)는 입국 후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은 결과 매독 보균자로 판명돼 치료를 받고 있다.
신씨의 담당전문의는 “그에게 한국 여성과 성관계를 가졌는지 묻지 않았지만 2차 감염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각종 질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신분이 노출 될 우려가 있는 데다 고용주의 인식 부족 등으로 건강검진을 받지 않아 병에 걸렸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부는 에이즈, 성병, 결핵과 같은 법정전염병에 걸렸으면서도 이를 알지 못한 채 지내다 병을 키우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2차 감염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당국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질병과 관련한 통계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감염 실태〓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가 11월 외국인 노동자 240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한 결과 결핵과 매독에 걸린 근로자가 1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중소기업청이 올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994년부터 올 6월 말까지 입국한 산업연수생 가운데 932명이 입국 후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질병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B형 간염이 516명으로 가장 많았고 매독 357명, 에이즈 13명, 콜레라 3명, 결핵 등 이 43명이었다. 에이즈 환자 13명은 강제 출국됐지만 간염과 매독 환자 등 117명은 사업장을 이탈한 상태다.
▽부실한 건강검진〓보건복지부가 2000년 8월 전염병 예방을 위해 일선 보건소에 외국인 근로자 건강검진 및 치료지침을 내려보냈지만 인력과 장비, 고용주의 인식 부족 등으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3만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의 경우 2000년 710명, 2001년 841명, 올 9월 말 현재 691명이 보건소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데 그쳤다. 경기도의 경우도 전체 11만여명의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올해 11월 말까지 1600 여명만이 검진을 받았다.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양혜우(梁惠宇·37) 소장은 “상당수 외국인 근로자가 신분 노출을 꺼려 보건소보다 노동자 보호기관 등이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은〓고용업체들은 인력난을 이유로 평일 외국인 근로자의 건강검진을 기피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휴일진료’를 확대하고 협력의료기관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1년에 1회 건강검진을 받도록 하는 현행 외국인 산업연수생 규정을 의무조항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