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예산,군인들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
해군 군수사령부 정비창에 근무하는 군인과 군무원 2천여명이 폐암을 유발하는 맹독성 물질인 석면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 국감자료에서 드러났다. 석면은 장기간 흡입하면 치명적인 병을 일으키는 물질로 지난 6월 군무원 한명이 석면으로 인한 폐암으로 직업병판정을 받았고, 19명이 해군자체 건강진단 결과 석면에 의한 질환으로 확인되었다 한다. 충격적인 것은 정비창이 창설된 46년이후 57년동안 석면측정을 한번도 안 했다는 점이다. 석면이 위험한 줄 알고 여러차례 유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요구를 해왔지만 예산부족으로 해결을 미루어 온 결과 이런 끔찍한 사태가 빚어지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군인들이 얼마나 유해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지는 얼마전 군대내의 성범죄 사건이 불거져 나오면서 군인들의 잠자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었다. 매트레스 두개에 세명이 누워 칼잠을 자는 실상을 보고 우리나라 군대가 이 정도인가 라며 국민들은 경악했었다. 그런가 하면 군부대의 식수가운데 45%가 먹기에 부적절한 오염된 물로 밝혀지기도 했었다. 지하수인 식수에서 청색증이나 암을 유발하는 중금속물질이 검출됐는데도 군부대에선 예산부족을 이유로 대체수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밖에도 열악한 시설 노후한 장비와 개인화기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예산부족이라는 이유로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채 미루어지고만 있다.
언제까지 이 모든 문제를 예산부족탓으로 돌려야 하는가. 국방비의 우선순위가 천문학적 액수의 첨단무기를 사들이는데 있는지 군인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데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 노후장비와 시설로 인한 사고, 유해환경에 의한 치명적인 질병, 보안을 이유로 제대로 실태조사조차 안되는 점등이 군대에 대한 환멸을 불러일으켜 병역기피의 주요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군장병들의 건강은 외면하면서 국방비를 해마다 늘리는 처사를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겨레 2003-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