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들이 노무현 정부의 보건·복지분야의 정책실종을 비판하고 그 근원을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의 정책혼선과 반개혁적 정책의 추진에 있음을 지목하고 김 장관의 조속한 퇴진을 요구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실련,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노총 등 시민사회 단체들은 12일 오전 참여연대 느티나무 까페에서‘김화중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8가지 이유’를 발표하고 정부차원에서 보건복지 개혁의 새로운 청사진을 밝히고 반개혁적인 복지부의 과오를 즉각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더 이상 국민이 신뢰를 할 수 없는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은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프레시안
“특정 이익집단의 이해 일방적으로 대변”
시민단체들은“참여정부 출범 9개월이 지나도록 ‘참여복지’라는 구호만 계속 나오고 있지 이를 구성하는 정책의 구체적 방향과 정체성이 무엇인지 공감대조차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보건복지 정책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함을 정부가 인식하기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은 보건복지 개혁정책의 실종의 근원적 책임이 특히 김화중 장관의 실정에 있다며 반개혁적이며 퇴행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돌출적 의사결정과 조정기능의 부재가 이미 드러났고 “특정한 이익집단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등 업무수행에 큰 결함이 있음이 이미 증명되었다”며 김 장관의 퇴진을 강하게 요구했다.
최인순 보건의료단체연합 집행위원장은 김 장관의 보건분야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김 장관은 병원협회, 의료협회 등 이익단체의 로비를 수용해 의료재정 절감의 유력한 대안인 포괄수가제 전면시행 방침을 철회했다”고 지적하고 “의료기관 서비스의 질을 평가해 의료소비자인 국민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진행해 온 의료기관서비스 평가제도를 평가주최로 병협을 선정해 그 취지를 무색케 했고, 의견수렴과 논의 절차도 없이 보육업무의 여성부 이관을 돌출적으로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또 “경제특구내 의료법 체계를 벗어나는 영립법인이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고,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내국인 진료까지 가능한 ‘동북아중심병원 구상’은 소득에 따른 의료이용의 격차를 조장하고 공적 건강보험을 무너뜨릴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최인순 보건의료연합 집행위원장은 “도덕성을 늘 이야기하는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만 영혼의 순결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김 장관의 발언은 진짜로 도덕성을 무기로 버티는 시민단체들의 영혼의 순결을 파괴하는 망언이었던 만큼 그 발언의 의도를 밝히고 만약 실언이라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레시안
최 위원장은 특히 “김 장관 퇴진 요구가 김 장관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공식 기자회견문에는 담지 않았지만, 김 장관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시민단체 인사가 인사청탁을 했다는 언급은 누가, 어떤 내용으로 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며 “보건복지부가 수년간 준비해온 포괄수가제 정책과 노 대통령 대선 공약사항 이었던 공공의료 30% 확대등의 정책을 펼치지도 못하는 장관이 시민단체를 향해 ‘시민단체가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신빈곤 문제에 무대책으로 일관”
문진영 참여연대 사회복지 실행위원(서강대 교수)은 김 장관의 복지분야 실정을 “참여정부 건강성의 척도라 할 만한 복지분야에서 개혁비전이 부재하고, 생계형 자살로 이어지는 신빈곤 문제에 대해 무대책으로 일관했다”며 공공의료 30% 확보라는 대통령 대선공약에 대해서도 부처간 동의를 구하지 못해 예산확보조차 이뤄지지 못했으며, 국민연금운영위의 가입자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위원회 권한마저 약화시킨 국민연금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비판했다.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은 “빈곤과 장기실업, 비정규직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보건복지 개혁의 종합적 청사진 마련이 시급하며, 우선 포괄수가제 철회, 국민연금법 개악 등 반개혁적 정책을 즉각 바로 잡아야 하며, 차상위 빈곤계층에 대한 의료·교육 지원, 공공의료 30% 확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대책 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형탁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노진귀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각종 사회복지기금의 납부자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단체인 양대노총이 뜻을 모아 실정을 거듭하고 있는 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체적인 이유로 ▲보건복지분야 개혁비전의 부재, ▲신빈곤 문제에 대한 무대책, ▲공공의료 확대를 약속한 대선공약 이행 실패, ▲국민연금법을 개악안 국회발의, ▲포괄수가제 전면시행방침 철회, ▲의료기관 서비스 평가의 병협 위임, ▲보육업무 여성부 이관에 대한 돌출결정, ▲동북아중심병원 설치 및 내국인 진료문제에 대한 정책혼선 등 8개 사항을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또, 차상위 빈곤계층에 대한 지원확대, 공공의료 30%확대를 위한 세부적 일정추진,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저임금과 저소득자에 대한 대책마련 등 3가지 사안을 ‘복지분야 우선정책 과제’로 선정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정부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