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추방, 자살로 몰아
절망으로 몰린 불법체류자 구제 필요
이번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정부가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아무런 대책 없이 ‘강제추방’만을 강하게 밀어 붙인 정부 정책이 불러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체류확인 등록을 마친 이주노동자 수는 18만9,615명. 문제는, 본국에 들어갔다 나와야 하는 절차상의 문제로 신고를 하지 않은 3~4년 사이의 이주노동자들과 아예 구제 대상이 되지 않는 4년 이상 된 체류자가 12만명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10일 부산 조직폭력배들이 조직적으로 중국인들을 밀항선에 태워 밀입국시키는 송출브로커 노릇을 하고 있다는 보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이런 형태의 밀입국 노동자들은 규모조차도 잡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대규모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을 검찰, 경찰, 출입국관리소가 합동단속을 한다고 해도 모두 적발해서 추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연수제 시절에 일제 단속 후 체류기간을 1년 연장해 주었듯이 단속만 피해가면 슬그머니 다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정부는 “제조업 분야로 최대한 재취업을 시키고 있기 때문에 제조업 공동화 현상은 없다”거나 “건설업은 동절기이기 때문에 내국인 일용노동자를 활용하면 당분간 인력부족현상 없을 것”이라며 변함없이 일제 단속과 강제추방을 못 박았다.
정부의 이런 강경자세는 고국의 열악한 집안 사정 때문에 거액의 송출비를 지불하고서라고 목돈을 만들어보려던 이주노동자들을 그야말로 자살을 결심할 정도의 절망감에 빠뜨리고 말았다. 계속된 한국 노동자들의 자살, 분신에 이어 이주노동자들까지 죽음의 길로 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무차별적인 강제추방을 폐기하고 이주노동자들을 전면 합법화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밑바닥에서 온갖 차별을 감내하며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목숨을 구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김경란 기자
ⓒ매일노동뉴스 2003.11.13 10:2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