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인간도 아니었다”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 인격모독 사례
설사병 걸려도, 6중 추돌사고도 ‘모두 내 탓’
“작업 중에 화장실에 갈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작업거부를 했던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경일기업 소속 노동자들의 반발이 9일째 접어들면서 그들이 겪은 인격모독 사례를 털어 놓자 일파만파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연월차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화장실에 갈 때도 조·반장들에게 욕설을 듣는다며 열악한 작업환경과 인격모독 행위 중단과 책임자 해임을 요구했던 17명의 노동자들은 회사가 시정할 의사를 보이지 않자 그동안 겪었던 치욕스런 경험들을 털어놨다.
한 하청노동자는 “설사병이 걸려서 조퇴신청을 했는데 조장이 ‘아픈 사람은 안 쓴다’고 위협했다. 어쩔 수 없이 일은 했지만 화장실에 자주 들락거리자 ‘너는 항상 왜 그러냐’며 오히려 질책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출근길에 6중 추돌사고가 나서 전화했더니 출근시간도 되기 전인데 어디 다쳤냐는 말 한마디 없이 빨리 들어오라는 언성만 높였다”고 털어놨다.
한 하청노동자는 “오랫동안 인간 이하의 대접을 참아오다가 겨우 노사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전달했더니 이번에도 우리의 말을 무시하는 것을 보고 작업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위원장 안기호)는 11일 낮 12시 현대차 3공장 의장3부 식당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일기업과 원청회사가 사태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동시에 안기호 위원장은 이날부터 사태해결이 될 때까지 ‘단식 업무’를 하기로 했다. 아직 전임자도 없는 하청노조의 위원장은 단식을 하면서도 일을 한다.
김경란 기자 eggs95@labornews.co.kr
ⓒ매일노동뉴스 2004.02.12 10:1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