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VS ‘노동재해’
‘근로자?’, ‘노동자?’
노동계에서 정리되지 않은 채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용어이다. 한국 사회에 뿌리 깊었던 반공이데올로기 하에서 ‘노동자’란 용어는 계급대립을 선동하는 것으로 거부되었다. 이런 배경 아래 노동법과 정부, 학계의 공식문서에는 ‘근로자’가 ‘공식용어’로 아직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일부 언론에서도 ‘노동자’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노동자 건강권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해온 ‘산업재해’와 노동계가 최근 사용하기 시작한 ‘노동재해’가 그것이다.
둘 다 노동자가 일로 인해 죽거나, 다치거나, 병드는 경우를 칭하는 용어지만 다소의 의미 차이는 있다. ‘산업재해’는 ‘산업’이라는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 굴뚝산업이라 불리는 제조업 중심 용어이다.
즉, ‘산업재해’는 초기 산업화 과정에서 조선소나 금속사업장 같은 제조업에서 발생하는 재해가 대부분이던 시절에 사용하던 용어이다. 하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3차 산업이 확대되고 다양한 노동의 형태가 등장하면서 ‘산업재해’란 용어보다는 포괄적인 의미의 ‘노동재해’가 보다 적절한 용어라는 지적이다.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은 산업활동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부산물쯤으로 취급되었던 인식이 ‘산업재해’란 용어를 사용한 부정적인 사회적 맥락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산업재해’란 용어보다는 ‘노동재해’란 용어가 더욱 정확하고 변화하는 현실에 맞다고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나 각급 연맹이 과거의 ‘산업안전보건국’을 ‘노동안전보건국’으로 명칭을 바꾸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일반적으로 ‘노동재해’란 용어가 일반화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노동재해가 전면적으로 쓰이기는 어려운 현실이지만 앞으로 ‘노동재해’가 통일성 있게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은희 노동건강연대 상근활동가
ⓒ매일노동뉴스 2004.02.11 10: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