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의 이익에 목숨과 돈은 새나가고
노동부가 이달 발표한 2002년 산업재해분석자료에 따르면 2002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 보상금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직,간접 손실을 포함한 경제적 손실 추정액은 10조1.000억원이 넘는다. 그도 그럴 것이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한 대가 쓰러지면 장비값만 해도 수 억 원일 뿐 아니라 고공에 서 있던 타워크레인이 무너지면 짓고 있던 건물도 붕괴되고 작업하던 노동자들의 인명피해도 클 수밖에 없다.
건설산업연맹 최명선 선전부장은 “타워크레인 붕괴사고는 무조건 대형 중대재해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에는 ‘30m/s 이상의 풍속에는 설치할 수 없다’고만 돼 있을 뿐 기후에 따른 작업 제한이 구체적으로 없다. 지난해 태풍 매미로 인한 타워크레인의 연속적인 붕괴사고는 사실상 현장관리와 제도만 마련돼 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일”이라고 말한다.
울산 산재추방운동연합 현미향 사무국장은 “올 들어 4명의 산재사망의 책임을 물어 현대중공업 안전담당 상무가 구속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노동부에서 발표한 중대재해 사업주 책임은 겨우 건당 200만~300만원의 벌금이 전부다. 산업안전보건법도 기업의 규제 완화와 함께 강제력이 약화되어 있는데 사업주 처벌조차 경미한 현실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제도가 허술하고 처벌이 미약해 각 기업들은 안전설비와 점검을 철저히 하기보다는 일단 발생한 재해에 대해 몇 푼의 돈으로 해결하려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어쩌면 재해로 인한 보상금이나 붕괴된 설비보수에 들어가는 금액이 안전관리를 더 철저히 하는 것보다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업의 안전관리 책무를 강화하고 중대재해발생 사업장에 대한 사용자 처벌을 강화하는 것, 그래서 성장논리에 묻혀 과로와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예고된 노동자 죽음’을 막는 것, 그것은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보다 근본적인 기업의 안전한 성장을 위한 일이라는 지적이 높다.
김경란 기자
ⓒ매일노동뉴스 2004.02.18 11:5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