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와 노동의 유연화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지금, 열악한 우리의 노동현실은 처참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선배들의 피 어린 투쟁으로 쟁취한 한줌의 권리마저 강탈 당한지 이미 오래되었고, 노동조건의 악화, 노동강도의 강화 등으로 노동자의 건강은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하루 7-8명이 죽어나가는 노동현실은 10년 전보다 조금도 나아진 게 없을 뿐만 아니라 예방과 보상 수준 또한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최소한의 재활체계도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장기요양의 책임을 산재노동자의 문제로 전가시키고 치료종결 등 반인권적 조치를 자행하여 수많은 산재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더욱이 자본의 노동 차별화 전략은 노동자의 건강마저 차별화시키고 있다. 이미 과반수를 넘어선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은 어떠한 보호장치도 없는 상태에서 직업병과 산업재해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소규모사업장 노동자의 건강문제 또한 예나 지금이나 전혀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고 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전쟁 같은 노동으로 육신이 병들어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건강문제는 그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극악한 현실 속에서 산재추방과 노동자, 민중의 건강권 쟁취를 위해 가장 선두에서 투쟁해야 할 산재추방운동진영은 산재추방운동연합 해소 이후 아직까지 이렇다할 만한 운동의 구심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산재추방운동연합이 해소에 이르기까지 산재추방운동은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왔다. 88년 문송면군 사망사건을 계기로 노동과건강연구회가 건설되었고, 원진레이온 투쟁,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투쟁 등이 가열차게 전개되었다. 노동과건강연구회는 이러한 투쟁을 통하여 산재의 심각성을 알려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또한 노동조합 산업안전보건활동의 비약적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러한 활동의 성과는 1998년 전문가단체, 노동조합, 산재노동자 단체가 함께 하는 산재추방운동연합의 건설로 이어졌다.

그러나 내외적 조건 변화에 따라 조직적 틀을 채 갖추기 전에 산재추방운동연합이 해소를 결정하게 됨으로서 산재추방과 건강한 노동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의 새로운 구심이 요구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 산업안전보건활동에 대한 기술적 지원에서 벗어나 노동자의 안전보건운동에 새로운 활력과 비젼을 제시할 조직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우리는 노동건강연대를 구성하여 새로운 내용과 형식의 산재추방 및 노동안전보건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노동건강연대는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할 수 없는, 그리고 산재노동자의 건강한 삶을 보장할 수 없는 낡은 법적 제도적 장치에 대한 과감한 개혁투쟁을 전개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우리는 노동자의 건강권이 절대적으로 위협받고 있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가 사회적으로 보장되지 않고 있는 현 산업안전보건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투쟁을 꾸준히 전개해나갈 것이다.

우리는 법적 제도적 장치에 대한 개혁투쟁과 함께 노동자의 삶의 터전인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한 제반 활동에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정책적 지원활동에서부터 최소한의 권리마저 박탈당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사업장 노동자, 여성 노동자에 대한 지원활동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지원과 연대활동을 전개해나가고자 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은 항상 노동자, 민중의 분노와 희망이었다. 또한 그러한 변화의 첫 출발은 분노와 희망의 싹을 틔워낸 사람들의 열정이었다. 우리는 이제 산재 없는 세상을 만들고, 노동자, 민중의 건강한 삶을 쟁취하겠다는 열정으로 노동건강연대의 닻을 올리려 한다.

 

2001년 6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