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생리 고통, 인권문제로 접근해야”
[전교조 실태조사] 다수 여학생 “생리 때 진통제 복용”
2004-05-11 오전 9:41:17
초ㆍ중등 여학생들이 생리 때 복통 등의 통증을 겪고 있지만 사회와 학교의 무관심으로 진통제를 복용하며 고통을 참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고교생 63.2% “진통제 복용 경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위원장 진영옥)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지난 4월 12일부터 24일까지 전국의 초등학교 5ㆍ6학년과, 중학교,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들을 상대로 ‘생리와 학교생활’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번 실태조사에는 초등생 1백49명, 중학생 5백68명, 고등학생 4백48명 등 모두 1천2백65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초등학생은 12.1%, 중학생은 27%, 고등학생은 47.8%가 심하게 생리통을 앓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고등학생의 경우 응답자의 3분의 1이 ‘심하게 생리통을 느낀다’고 답했다. 통증의 간격에 대한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28.4%가 ‘지속적’으로, 20.5%는 ‘일정한 간격’으로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생리통의 강도가 높아짐에 따라 진통제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초등생 26%, 중학생 41.6%, 고등학생 63.2%가 진통제를 복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복용 횟수와 관련해서는 ‘1년에 1~2회’가 응답자의 57.3%로 가장 많았으나, ‘생리 때마다 복용한다’는 응답도 20.9%나 됐다. 고등학생의 30.1%는 생리 때마다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학년 높을수록 “학교생활 불편” 답변
이번 조사에서 여학생들의 생리가 학교생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초등생의 경우 44.4%가 ‘별 상관이 없다’고 응답했으나 20.8%는 ‘조금 힘들다’, 5.6%는 ‘매우 힘들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같은 사정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차 높아지고 있었다. 중학생의 22.6%는 생리 때 학교생활이 ‘조금 힘들다’고 응답했고, 6.6%는 ‘매우 힘들다’고 답변했다. 고등학생은 33.0%가 ‘조금 힘들다’, 13.7%가 ‘매우 힘들다’고 답했다.
생리 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배려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40.2%가 ‘집에서 하루정도 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답했고, 25.7%는 ‘중간에 조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19.4%는 ‘보건실에서 쉬고 싶다’, 7.5%는 ‘쉬는 시간에 눕고 싶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생리 때 필요한 관련 복지시설은 턱없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서 생리대를 구입할 수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38%였고, 온수 사용과 관련해서는 불과 7.7%만이 사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화장실에 화장지가 구비돼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도 64%의 학생들이 ‘없다’고 답변했다.
“생리는 존중받고, 배려받아야할 정당한 권리”
전교조 여성위원회는 이번 조사와 관련해 “어른들의 낡은 생각과 그에 기반한 낡은 제도로 인해 여학생의 생리문제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방치되고 있다”며 “여성 직장인이나 여성 공무원에게 보건휴가를 인정하듯이 생리로 인한 결석, 조퇴, 지각 등에 대해서는 생활기록부상에 불이익이 없도록 공결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위원회는 또 “아울러 보건실에는 전기온돌, 찜질 팩 등 생리통을 완화할 수 있는 설비와 학생들이 쉴 수 있는 침대를 충분히 확보해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학생들을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생리대 생산 또는 유통업체가 생리대를 낮은 가격에 학교에 공급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하고, 학교에는 생리대 자동판매기 등을 충분히 설치해 학생들의 생리대 구입에 따른 부담과 불편을 최소화해 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