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막장서 18시간 근무 허리휜 최저생활
△ 최저 임금으로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김남희(가명)씨가 26일 오전 전동차 청소를 마치고 회수된 신문지를 동료와 함께 정리하고 있다. 이종찬기자 rhee@hani.co.kr
전동차 청소 ‘최저임금’40대
김남희(가명·41·서울 강서구 방화동)씨는 서울의 한 지하철 종착역에서 전동차를 청소하는 ‘최저임금’ 노동자다. 김씨는 하루 18시간 이상, 한달에 보름 동안 일한다. 그렇게 일하고 받는 월급은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3분의 1이다.
◇ 18시간10분, 뛰면서 노동=25일 아침 6시30분, 동료 한 사람과 짝을 이룬 김씨는 전동차 내부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전동차 바닥과 선반에 흩어진 신문과 쓰레기를 거두었다. 버려진 신문지 등 쓰레기 무게만 10여㎏. 여덟량으로 편성된 전동차의 전체 길이는 160m. 전동차가 역에 머무는 2분 동안 쓰레기를 끌어안고 전동차 바닥에 묻은 음료수와 구토 자국을 바쁜 손놀림으로 닦아냈다.
김씨는 숨돌릴 틈도 없이 전동차에서 수거한 쓰레기들을 들고나와 치웠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담고, 종이는 따로 모아 쌓아둔다. 늦은 밤마다 어김없이 나오는 오물은 따로 치워 버려야 한다. 한숨 돌리기가 무섭게 전동차는 계속 들어왔다. 김씨의 청소조는 다른 2조와 번갈아가며 하루에 전동차 200여대를 나눠 청소한다.
점심·저녁 한 시간씩 식사시간이 주어진다. 잠시 허리를 펼 수 있지만, 이때도 승강장이 있는 층을 벗어나면 시말서를 써야 한다. 바깥 공기 한번 쐬지 못하고 탁한 공기와 전자파에 시달리며 전동차를 청소한 김씨는 다음날인 26일 0시40분 퇴근했다. 김씨는 26일 하루를 쉰 뒤 27일 아침 6시30분 다시 같은 일을 시작한다.
◇ 월 60만원에 파스값만 5만원=김씨가 받는 돈은, 국가가 인정하는 ‘최저임금’인 56만7260원에 퇴직금 5만원과 식대 2만원을 더한 63만7260원이다. 하지만 일이 고되다 보니 김씨와 동료들은 한 달에 한 차례 정도는 결근을 하는 게 보통이다. 김씨가 쉬는 날, 대신 전동차를 닦는 일용직 아주머니의 일당 4만∼5만원도 김씨가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김씨가 실제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60만원에 못 미친다.
남편과 이혼한 김씨는 아들(18)과 둘이 보증금 50만원, 월세 20만원짜리 반지하 단칸방에 산다. 월세와 수도·전기·가스요금 12만원 정도를 내고 나면 월급의 반이 떨어져 나간다. 파스값만 한달에 5만원, 침 맞는 비용이 또 2만원이다. 이렇게 쓰고 남는 20만원으로 김씨와 그의 아들은 매일 밥상에 오르는 쌀과 김치·된장찌개 반찬을 장만한다.
◇ “조금만 더 받는다면…”=김씨의 열여덟살 아들은 의욕을 잃고 온종일 집에만 있다. 학원은커녕 등록금조차 제때 내지 못해 고1 때 자퇴했다. 김씨는 충북 청주에 사는 아버지 얼굴을 10년째 못 봤다. 고향에 내려갈 돈이 없었다. 얼마 전까지 김씨를 괴롭히던 치통은 스스로 잦아들었다. 병원에 못 가고 참다보니 어느새 깨끗이 썩어 더는 아프지도 않았다.
“노조에서는 9월부터 76만6140원씩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쓴다는데….” 김씨는 “월급이 오르면 아들을 직업학교에 보내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도 뵈러 가고, 정말 아플 땐 병원에도 가고 싶다”며 말끝을 흐렸다. 벌써 8년째 몸이 부서지도록 일만 해온 최저임금 노동자의 바람은 너무 소박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