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만원 받고 어떻게 살아가나”
노동계, 최저임금 인상률에 ‘아쉬움’ 토로
최봉석 기자
올 9월부터 내년 8월까지 적용될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전원회의를 하루 앞둔 24일 오후부터 서울 논현동 최임위 정문 앞에서 밤샘 노숙농성을 벌였던 양대 노총 소속 노동자들은 어느 정도 인상은 이뤄냈지만 기대보다 낮고 특히 제도개선을 관철시키지 못한 데 아쉬움을 보였다.
농성에 참가했던 대구지하철 미화원 박아무개(62·여)씨는 고무된 표정으로 노숙투쟁에 참가한 동료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인상안이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다.
▲ 지난 25일 최저임금위원회 마지막 전원회의가 열린 서울세관 정문 앞에서 ‘최저임금 77만원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양대노총 소속 노동자들. ⓒ 매일노동뉴스
참가자들은 또 노동계 요구였던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를 최저임금으로 한다는 제도개선에 합의를 보지 못해 아쉬운 표정들이었다.
실제 최저임금제도의 전면개편을 기대했던 일부 노조원들은 “사측과 경영계의 의견을 반영한 것 아니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권오만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77만원에 미치지 못해 한편으로 아쉽지만 노동계의 향후 투쟁에 당위성을 얻게 됐다”며 “특히 공익위원들이 노동계의 최종 수정안에 찬성을 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권 사무총장은 “오늘의 결과물은 노동계 내부의 임금격차 해소와 차별 철폐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구수영 민주택시연맹 위원장은 그러나 “서글프고 참담하다”면서 “2004년을 ‘노동자’로 살아가면서 최저임금이 여전히 64만원이라는 생각에 답답하다”며 입을 다물었다. 그는 “최저임금이 77만원이라고 해도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일 만큼 절박하다”고 말했다.
한 참가자는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지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힘을 합쳐 투쟁을 했기 때문에 이 정도의 성과를 가져왔다”며 “앞으로 노동계의 목소리가 모아지면 더 많은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양대 노총 공동투쟁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기사입력시간 : 2004.06.28 09:2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