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중 장관, 임기말에 의료계에 ‘깜짝’ 선물
환자들, 치료중 다른 질환 발견시 초진 진찰료 또 내야

2004-06-29 오전 9:03:22

보건복지부 김화중 장관이 개각 직전 의료계에 큰 혜택이 돌아가는 ‘초진료 개선’을 전격 추진해 논란을 빚고 있다. 반면에 환자들은 정부가 추진중인 초진료 산정 기준이 개선될 시 진료중 다른 질환이 발견될 경우 또 다시 초진료를 부담해야 돼, 환자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치료중 다른 질환 발견 때는 초진”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29일 아침 7시30분에 열어 초진료 산정 방식을 개선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복지부는 그간 논란을 빚어왔던 초진료 산정 방식에 대해, “환자가 동일한 의사에게 진찰을 받는 과정에서 첫 번째 상병과 관련이 없는 상병이 발견될 경우 초진 진찰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산정 방식을 개정하는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기준은 “하나의 상병에 대한 진료를 계속하는 중에 다른 상병이 발생하여 동일 의사가 동시에 진찰한 경우 재진료를 산정”토록 돼 있다.

개정 산정 방식에 따르면, 당뇨 환자가 같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다가 관절염을 앓고 있다면 의원은 현행 기준대로 재진료(7,310원)를 산정하지만 진찰료 기준이 바뀌면 초진료(1만220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는 “개정된 초진료 산정 방식은 환자의 비용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증가시키며 상대적으로 의사들의 수입을 증가시키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주성 대표는 “특히 의사들이 이미 환자들이 앓고 있는 질병에 대해 마치 새로운 질환을 발견한 것처럼 초진 진찰료를 청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의사들이 수입을 증가시키기 위해 악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각 직전 김화중 장관, 의료계에 선물 안겨주나”

강주성 대표는 “이번 ‘초진료 산정 방식 개선’은 김화중 장관이 임기말 의료계에 주는 선물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며 그 배경에 의구심을 표명했다.

‘초진료 산정 방식 개선’처럼 논란이 많은 사안을 개각 직전 전격 개정을 시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의위원회 안건에 대해서도 사전에 철저히 함구했기 때문이다. ‘초진료 산정 방식 개선’은 2002년 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처음 열릴 때부터 계속 논란이 돼 왔던 문제이다.

시민단체들도 개정을 앞둔 28일 오후 늦게야 29일 심의위원회 안건에 ‘초진료 산정 방식 개선’이 포함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뒤늦게 건상세상네트워크 등이 성명을 냈지만 이미 여론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특별히 심의위원회를 아침에 열 이유는 없다”면서 “29일 오전 9시 현재 심의위원회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심의위원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건복지부 김화중 장관은 임기말 의료계에 ‘초진료 산정 방식’ 개선이라는 선물을 안겨주는 셈이다. 대신 시민들은 높은 의료비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 악화라는 원하지 않는 ‘선물’을 김화중 장관으로부터 받게 됐다.

관료들의 눈높이가 국민에게 맞춰져 있지 않고, 일부 이익집단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다시 확인하게 되는 대목이다.

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