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호흡기 질환 심각”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 “광양제철소 책임 있어”

2004-09-17 오전 11:03:53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가동된 후 17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광양시가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의뢰한 인근 주민들의 건강 조사 보고서가 광양제철소에
불리하게 나온 후, 이를 둘러싼 포스코 측과 연구팀 사이의 공방이 치열하다.

“광양, 호흡기 질환 전국 대비 5배나 높아, 청소년은 53.8배나”

광양시는 16일 오후 주민 설명회를 통해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팀에
의뢰해 2003년부터 2004년 7월까지 진행한 건강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건강조사는 지난 1987년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가동된 이후 제철소 1㎞ 인근에
거주하는 태인동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건강 이상을 호소한 데 따른 것이다.

몇 차례나 시한을 넘긴 끝에 어렵게 발표된 이번 보고서의 내용은 사뭇
충격적이다. 이 보고서는 크게 호흡기 질환과 알레르기 질환, 심혈관 관계 질환에
있어 광양 주민이 전국 평균보다 높게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더욱더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호흡기 질환 유병률

보고서는 광양 주민의 만성기관지염 유병률은 55.8로 전국 11.3보다 전체적으로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지적했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5~9세 어린이의 경우 88.0으로 전국 8.1에 비해 10.9배가 높고, 10~14세
어린이는 59.3으로 전국 4.4보다 13.5배, 15~19세 청소년은 74.4로 전국 2.3보다
32.3배나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만성호흡기질환 유병률도 마찬가지다. 광양은 만성호흡기질환 유병율 55.5로
전국 11.26보다 5배가 높았다. 특히 15~19세 청소년은 74.4로 전국 2.25에 비해
33배나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15~19세 남자 청소년의 경우는 10.17로 전국
1.89보다 무려 53.8배나 높았다.

이밖에 보고서는 알레르기성 결막염 초ㆍ중등학생 증상자가 전국보다 약 2배
가까이 높고, 심혈관계 질환을 조사한 결과 검사자의 36.72%가 심장박동변이 등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 “광양 주민의 높은 유병률, 제철소와 관련 있다”

보고서는 또 이런 광양 주민의 높은 질병 유병률은 광양제철소의 오염원 배출로
인한 결과임을 일관되게 지적하고 있어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보고서는 “호흡기계 등 질환의 경우 다른 지역 내지는 전국적인 자료와 비교할
때 (광양제철소 인근의) 태인동에서 높은 증상 호소율 및 보고된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태인동에서 측정된 대기 중 환경 오염
물질 자료를 이용해 폐기능의 변화를 분석했을 때, 오염 물질과 폐기능 간의
유의한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광양은 다른 지역과 달리 오존이 높은 상태로, 이는 호흡기를 비롯한
점막의 자극을 야기하는 물질로 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기에의 급성 영향이
발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여러 가지 호흡기 질환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거주 기관과 관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볼 때도
전체적인 호흡기 질환 발생과 진행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독성과 연관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환경오염이 지역 주민의 건강상의 문제와 연관성을 보이고 있으며,
제철소가 이런 환경오염에 일정한 부분을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되므로,
(제철소의) 사회경제적 책임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제철소,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고서는 잘못”

이런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연구 결과에 대해서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발 빠른
대처에 나섰다.

광양제철소는 16일 해명을 통해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태인동 주민들의 호흡기
질환 유병률이 높다고 한 것은 일반인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공개한 유병률 수치는 의사 진단 결과나 치료 수치가 아닌 ‘설문조사’ 결과치인
데다 응답자 성실성 확인을 위한 중복체크(Cross Check) 기능이 없으며 가족 중
한 사람이 대표해 설문에 응하도록 해 오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광양제철소는 “광양 지역의 오존 발생률은 전국 수준에 비해 높지만, 국내의
대기 환경 기준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치이고 이것은 제철소로 인한 영향보다는
광양만권의 지형적 특성과 관계가 있다”며 “보고서의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설문조사를 감기 등 호흡기계 질환이 많은 겨울철인 2003년
12월24일부터 2004년 1월 20일 사이 실시하는 등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료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포스코 연구 내용도 파악 못하고, 헐뜯고 이어”

이런 제철소의 해명에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팀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백도명 교수팀은 “포스코가 제대로 우리 연구 내용도 파악 못하고
성급하게 반박 자료를 내놓아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근거해 연구를 헐뜯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도명 교수팀은 “이번 조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는 건강 진단을 실시하기
이전에 주민들이 주로 호소하거나 앓고 있는 증세와 질병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라며 “이는 그 동안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소에서 수행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사용한 방법과 동일한 방법, 동일한 설문을 사용해
수행됐다”고 반박했다. 백도명 교수팀은 “이것은 동일한 방법으로 진행된 다른
연구와 비교를 용이하게 하는 것으로 포스코측 주장과는 달리 이 연구의 장점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도명 교수팀은 또 “포스코측 해명과 달리 이번 연구는 호흡기계질환을 호소할
확률이 높은 겨울철(2003년 12월24일~2004년 1월20일)에 실시한 설문이 아니라
2003년 9월에 실시한 것”으로 “비교 대상인 정부가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가
겨울철에 수행하는 것에 비해 계절적으로 더 따뜻한 시기에 수행됐다”고
반박했다.

백도명 교수팀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만성기관지염은 전국 자료에 비해 약 5배
정도 높게 나타나는 반면, 다른 질병들 특히 관절염, 유방암, 당뇨 등은 전국
자료와 정확한 같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만약 포스코 주장대로
만성기관지염이 높게 나타난 것이 잘못된 내용이라면 다른 질병에서 정확하게
같은 수준을 보이는 결과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꼬집었다.
주요 만성 호흡기 질환 유병률 비교

백도명 교수팀은 “오존은 하루 중 평균 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루 중에
높게 올라가는 수준이 얼마인지에 관계돼 있다”며 “다른 지역과 평균 농도를
비교하기보다 ‘오존 경보’가 발령될 수준으로 높게 올라가는 최고 농도가
어떠한지 비교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백도명 교수팀은 “광양은 여수 지역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오존경보가 잦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노동위 단병호 의원, “이구택 포스코 회장 국감 증인으로 신청”

한편 이런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단체, 지역 주민
사이의 오래된 논란은 10월 예정된 국정감사에서도 본격적으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국회 환경노동위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11만톤의 불법 폐수를 광양만에
불법 배출한 사실과 이번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고서 결과의 심각성을 고려해
이구택 포스코 회장과 조환익 전남환경연합 처장을 정기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해 왔으나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던 환경운동연합도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태세다.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를 비롯한 중앙
정부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며 “환경부가 1998년 광양만의 환경 저감을 위한
대책을 제시한 뒤 전혀 시행된 것이 없는 데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부 언론이 건강 조사 결과를 보도하기도 전에 광양제철소의 해명만
“호흡기 질환 많다는 보고서는 잘못” 등의 제목으로 보도하는 촌극을 벌여, 이
문제에 대한 언론의 포스코 ‘손 들어주기’가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지적됐다.

한 환경단체 활동가는 “포스코 관련 기자 회견을 하면 기자 숫자만큼 포스코
홍보실 직원들이 보인다”며 “이번 보고서 내용이 거의 기사화되지 않은 데도
광고를 앞세운 포스코의 너무나 뛰어난 ‘언론 길들이기’ 능력 탓이 작용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양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