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기관사 7명 공황장애 발병
“1인승무제, 장시간 운전 등이 기관사 정신장애로 내몰아”
2004-11-22 오전 10:04:28
심할 경우 발작을 일으키는 정신장애의 일종인 공황-불안장애가 지하철 기관사에게 집단 발병했다. 서민의 발인 도시 지하철의 안전운행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사의 공황장애는 자칫 대형사고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파문이 예상된다.
도시철도 기관사 7명, 공황장애 집단 발병
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은 공황장애 소견을 받은 기관사 7명에 대해 지난 19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서를 제출했다.
도시철도노조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2달간 실시한 자체건강검진에서 검진에 참여한 84명 중 20여명의 기관사가 공황장애 및 불안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는 판정을 받았고, 그 중 상태가 심한 7인에 대해 직업병인정을 신청했다.
공황장애는 인체를 보호하기 위해 일어나는 일종의 도피반응으로 위험대상이 없는데도 죽거나 미처거나 자제력을 잃을 것 같은 공포감이 동반되는 정신장애다. 특히 증세가 심할 경우 갑자기 나타나는 신체적 증상에 대해 무슨 큰 일이라고 일어날 것 같은 위험상황으로 인식하고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기관사가 쓰러져간다!” 도시철도노조는 오는 24일부터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공황장애 직업병인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19일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도시철도노조원들이 약식 농성을 하는 모습 ⓒ프레시안
노조는 “하루 2백20만명이란 수도권 인구를 수송하고 있는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 공기업에서 당연히 사회공공성과 시민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며 “기관사 집단 공황장애 발병은 지하철 안전운행에 크나큰 위험”이라고 주장했다.
정운교 노조 노동보건안전국장은 “이번 집단발병은 기관사들이 1인승무와 장시간 운전,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현장통제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황장애 이외에도 많은 기관사들이 만성적인 신경성 질환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번 자체검진은 당초 공사측과 맺은 단협에 따라 올해 임시건강검진이 실시되야 하지만 사측이 이행하지 않아 서울대 보라매병원과 이대 동대문병원에서 조합원 개인비용으로 실시됐다. 노조는 단협사항 미이행이라며 공사측을 고소를 했지만, 공사측은 고소취하의 조건으로 내년 3월 건강검진을 실시키로 약속했다.
노조는 “만성적인 신경질환과 공황장애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운전, 불규칙한 근무시간, 직업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1인승무를 폐지하고 2인승무로 환원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기관사 공황장애 관련 올해 초 4명의 기관사가 직업병인정을 받았다.
김경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