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반론 “경총 근골격계질환 통계 왜곡 심각”
정부가 준비 중인 ‘근골격계질환 인정기준 처리지침안’을 둘러싼 지면논쟁이 뜨겁다. 임상혁 근골격계질환연구소 소장의 기고<11월16일자>에 대한 경총 김판중 산업보건팀장의 반론<11월23일자>에 대해 임상혁 근골격계질환연구소 소장의 재반론이 이어졌다. <편집자주>
지난 경총의 반론은 상대방의 의견을 이해하지 않은 채 오히려 왜곡해 전달하고, 외국의 자료 역시 잘못된 이해 속에 전체 내용은 외면한 채 일부분만 발췌해 전달하는 등 반론으로서의 기본적인 조건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경총 외국자료 잘못 인용”
먼저 외국 자료의 잘못된 인용부터 살펴보자. 본인은 외국자료를 인용해 근골격계질환 발생률이 높은 업종(의료산업, 운수, 건설 등)이 우리나라에서는 낮은 이유를 조사하고, 또한 기형적으로 낮은 소규모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골격계질환의 실태 역시 철저히 분석해 해결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경총은 “우리도 근골격계질환자가 적지 않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영국, 미국, 스웨덴, 독일, 일본의 예를 들었다. 또한 본인의 글이 구체적인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어 신뢰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먼저 영국의 자료를 보자. 본인이 인용한 영국의 자료는 국립통계청(National Statistics)에서 2003년 발표한 자료로 국립통계청 홈페이지에 가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자료이다. 경총의 잘못된 인용은 지면상 생략하고자 한다.
경총은 또 ‘미국의 경우 산재보험으로 요양받는 근골격계질환자수는 직업병의 1/3수준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본인은 미국 노동부(Bureau of Labor Statistics·BLS)의 보고를 인용했으며, BLS에서는 2000년 미국의 산업재해수(광업, 철도, 공무원, 10인 미만 사업장 제외)가 약 170만건이고, 이 중 근골격계질환이 약 60만건으로 전체 산업재해의 약 34%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2003년 근골격계질환자 4,532명보다 약 15배 많은 숫자이다(노동자수 보정). 또한 미국의 근골격계질환자수는 경총의 주장처럼 직업병의 1/3 수준이 아니라 전체 산업재해의 1/3 수준이다. 참고로 우리의 근골격계질환자수는 전체 산업재해의 5%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의 예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근골격계질환자수는 앞으로 적어도 10배 이상 증가될 것이 쉽게 예측된다.
“일본 직업병인정 현실 정확히 제시해야”
경총이 인용한 스웨덴 자료에서도 왜곡이 있다. 스웨덴(Swedish National Board/ Statistics)에서는 99년에 노동자와 자영업자 1,000명당 8.1건의 사고성 질환과 3.15건의 근골격계질환이 발생한다고 보고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에 노동자 1,000명당 7.7건의 사고성 질환과 0.17건의 근골격계질환이 발생된다고 보고했다. 이 수치를 비교해보면, 스웨덴의 근골격계질환이 우리의 경우보다 약 18배 정도 높음을 알 수 있다.
경총이 인용한 일본 자료에서도 역시 왜곡이 있다. 경총은 일본의 경우 근골격계질환자가 2001년 1,514명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였다. 일본의 산재통계를 보면 정말로 근골격계질환이 적다. 일본의 직업병인정 기준은 요통을 직업병으로 인정받으려면, 30kg 이상의 중량물을 드는 작업을 1일 노동시간의 1/3 이상, 10년 이상 해야 된다(이 기준도 75년 하역노동자의 투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또한 일본에서는 직업병으로 인정되는 기간이 6개월 이상 걸리며, 이 기간 동안 어떠한 경제적 보상도 없다.
한편 일본의 의료보험은 산재보험의 약 80% 정도의 휴업급여를 주고 있지만 산재 불승인이 되면 어떤 경제적 지원도 주지 않고 있다. 한 마디로 일본의 근골격계질환자는 엄격한 인정기준과 장시간의 인정기간, 경제적 불이익으로 산재신청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휴직시 산재 보험의 80% 정도의 급여를 제공하는 의료보험을 이용하고 있다. 이것이 일본의 정확한 현실이다.
“반론은 객관적일 설득력 있게”
다음으로 본인은 산재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으며, 요양과정 중 정신과적 질환에 노출돼 있으며, 의료적, 직업적 재활이 되지 않고 있고, 환자가 발생한 현장도 개선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경총은 이러한 본인의 의견에 ‘장기 요양환자 실상을 외면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주관적으로 침소봉대하는 오류가 있다’고 하며, 산재보험 민영화를 고려하자고 주장했다.
경총의 이 같은 주장은 정말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으나, 지면이 여의치 않아 다음 기회로 넘기고자 한다. 경총은 앞으로 반론을 펼 때는 상대방의 주장을 면밀히 검토해 보다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펴기를 요청한다.
끝으로 경총이 지난 글에서 밝힌 ‘질환자의 신속한 치료와 근로복귀를 지원하는 것은 기업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촉구하며, 노동자·사용주·전문가 들이 모두 반대하는 정부의 ‘근골격계질환 인정기준 처리지침(안)’에 대해 경총도 폐기요청을 하기를 바란다.
임상혁 직업성근골격계질환센터 소장 shim@greenhospita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