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노동자 퇴직금 요구에 경찰신고

(인천=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인천의 한 파이프 가공업체가 체류기간 만료로 해고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퇴직금을 요구하자 불법체류자로 경찰에 신고,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2003년 1월부터 인천의 한 파이프 가공업체에서 절단작업을 해온 A(30)씨 등 방글라데시 노동자 2명은 국내 체류기간이 거의 끝나가던 지난해 10월2일 회사에서 해고통지를 받았다.

‘체류기간이 끝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사측의 설명에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A씨 등은 회사에 퇴직금 여부를 문의했고 회사는 “월급에 이미 퇴직금이 모두 포함돼서 나갔기 때문에 퇴직금이 따로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A씨 등은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관할 노동사무소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지난 7일에는 사측과 함께 노동사무소에 출석해 대질신문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체류기간이 3개월가량 지났고, 회사측은 지난 26일 A씨를 관할 경찰서에 불법체류자로 신고했다.

A씨 등은 “불법체류를 하고 싶어 한 것도 아니고 퇴직금을 받기 위한 절차를 밟으려고 남아있다가 체류기간이 경과한 것”이라며 “어떻게 회사가 우리를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을 돕고 있는 시민단체 관계자는 “노동부의 퇴직금 지급 규정에는 ‘근로자의 서면 동의가 있고 연봉에 포함시킨 퇴직금 액수가 명백한 경우에만 퇴직금을 연봉에 포함시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며 “회사가 한글도 모르는 A씨 등을 속여 만든 엉터리 근로계약서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A씨 등에게 매달 170만∼180만원의 월급을 주는 등 후한 대접을 해줬는데도 회사를 상대로 노동사무소에 진정서를 낸 것에 너무 화가 나 경찰에 신고했다”며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해서 받겠다’는 계약사항도 이들이 직접 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