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포럼 ‘무상의료’ 토론회
‘암 환자 무료치료’ 가능하다?!
보건,민중단체 ‘무상의료’ 위한 공동행동 나설 듯
한국사회에서 무상의료는 가능할까? 무상의료는커녕 한해 약 10만명 이상 발생하고 있는 암환자를 무료로 치료한다 해도 이를 쉽게 수긍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은 일단 단순 산술계산으로만 따져보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해 우리나라에서 암환자 진료에 드는 직접 비용은 2조2천억. 우리나라 국민을 약 5천만명으로 잡았을 때 1인당 1년에 4만원의 비용만 지불하면 2조원의 재원이 마련된다. 3인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가족당 한달에 1만원의 비용을 지출하는 셈이다. 김창보 건강세상네트워크 사무국장는 “이는 1달에 약6만원씩 지불하고 있는 개인 민간 암보험보다 훨씬 싼 비용”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지난해 12월 정부와 의료공급단체, 시민사회단체는 건강보험재정흑자 1조5천억원을 올해내에 의료보장성 강화를 위해 사용할 것을 합의한 바 있다. 특히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건강세상네트워크 등은 이 재원을 암환자 등 중대상병 환자들을 위해 사용할 것을 요구키로 해 꿈같기만 한 이 이야기는 곧 현실이 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15일 오후 한국방송 연수원에서 열린 한국사회포럼 ‘두 개의 국민, 두 개의 의료를 넘어 – 무상의료로 가는 길’ 토론회에서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등의 단체들이 모여 무상의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사진> 특히 이들은 이날 토론회를 통해 올해와 다음해에 걸쳐 ‘무상의료’를 사회적 의제화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해 앞으로 공동행보에 나설지 주목되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이혜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민주노총은 올해와 다음해에 걸쳐 사회개혁과 빈부격차 해소 등을 위해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주요 슬로건을 걸고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전개해나갈 것”이라며 다른 단체들 또한 이 투쟁에 함께 해줄 것을 호소했다.
특히 이 부위원장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해 ‘공짜는 곧 질 낮음’이라는 대중적 불신을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암환자 치료비 전면 무료 등을 통해 공공성에 대한 대중적 경험을 확산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무상의료 실현’을 당 공약으로 내걸었던 민주노동당은 무상의료 시행을 위해 이미 올해부터 시작해 오는 2013년까지 9년에 걸친 3단계 계획안을 세워놨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민주노동당은 오는 2007년까지 실시하는 1단계에서는 본인부담상한제 실시를, 2010년까지인 2단계에서는 70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본인부담금 폐지, 2013년 3단계에서는 본인부담금 전면폐지를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른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적 협약을 통한 수가계약 실시 △공공부문 및 치과, 한방, 의원, 병원 등에 대한 총액계약제 실시 △의료급여, 건강보험, 산재보험의 통합적 운영 등의 계획도 준비되고 있다.
홍춘택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무상의료를 위한 단계별 로드맵은 완전무결하기보다는 무상의료에 대한 대중적 믿음이 약한 만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보여주기 위해 세운 것”이라며 “그러나 무상의료를 위한 재원은 이미 환자와 가족, 각 개인들이 지출하고 있는 사회적 비용으로도 충분한 만큼 이를 어떤 방식으로 함께 모아낼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상의료가 핵심적인 요구로 등장하기 시작한 이유는 뭘까? 이날 토론회의 발제자였던 임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은 의료분야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 양극화 현상에서 원인을 찾는다. 빈곤의 심화와 소득분배구조의 양극화에 따라 질병발생 및 의료서비스 이용, 이에 따른 비용까지 의료부분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
임 정책위원은 “소득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분배구조가 악화되는 상황이 빈곤과 건강의 악순환을 가져오는 구조적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최소안전망 구축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정책은 이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공재 성격이 강한 의료산업에 무리한 시장논리를 적용하려는 정부의 정책 또한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건강보험이 10조원 규모인데 민간보험 분야가 벌써 8조원에 이르렀음에도 정부는 지속적으로 의료부분의 시장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무상의료싸움은 공공성 강화와 건강복지증진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의료의 시장화정책에 대한 반대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봉석 기자 seok@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