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사망도 살인이다> 연중기획②
노동자 1천만명 산재보험에서 배제당해
기업의 공상처리 선호로 한국의 산재통계 왜곡
양대노총, 민주노동당,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는 “산재사망도 살인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을 27일부터 시작한다. 매일노동뉴스는 산재사망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책임 수반과 사회전반의 인식제고를 위해 매월 2회씩 연중 기획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관련기사는 레이버투데이의 별도의 공동캠페인 게시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편집자주>
공식적인 한국의 산재현황은 2004년 12월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사업장 103만9,208곳에 종사하는 근로자 1,047만3,090명 중에서 4일 이상 요양을 요하는 재해자가 8만8,874명이 발생(사망 2,825명, 부상 7만8,154명, 업무상질병이환 7,895명), 0.85%의 재해율을 보였다. 이는 2003년 12월과 비교할 때 재해자수는 6.4%, 사망자수는 3.4% 각각 감소한 것이다.
이와 같이 보고되고 있는 산재 현황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며, 특히 재해자수나 사망자수의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렇다면 이러한 현황은 우리나라에서 산재로 인한 문제의 전체를 나타내는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현황은 외국의 산재통계와 직접 비교될 수 있는 것인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 산재통계가 어떻게 잡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1천만명 산재보험 적용대상에서 배제
산재통계는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산업 혹은 사업장에서 발생한 재해나 질병을 가진 사람이 그 치료와 보상을 위해 요양신청을 하고 나서 요양이 승인된, 즉 산재로 인정된 사례들에 대한 통계이다. 우리는 여기서 먼저 과연 우리나라에서 직업상 수행하는 업무로 인해 발생한 재해나 질병이 현재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산업에서만 발생하고 나머지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산업에서는 발생하지 않는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산재보험은 광업과 제조업이라고 하는 2차 산업을 중심으로 적용되기 시작해 점차 확대돼 왔다. 현재 약 1천만명 정도의 인구가 산재보험이 적용되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 실제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인구는 약 2,300만 명으로서 이 중에서 공무원, 사립교원 등 다른 연금이나 보험의 혜택을 받는 집단을 제외하고서도 약 1천만 명 정도는 산재보험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특히 농업이나 수렵업과 같은 1차 산업, 가사서비스업과 같은 3차 산업, 소규모 건설현장의 노동자, 그 이외에도 학습지 교사와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 등이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돼 있다.
이들의 건강상태는 산재보험이 적용될 수 없을 정도로 그 사회적 지위가 낮은 만큼 산재가 적용되는 분야의 노동자들보다 더 열악한 형편이며, 실제 업무와 관련된 재해와 질병 또한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들은 속된 말로 노동자도 아닌 ‘노가다’라고 표현되는 사람들로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고용관계, 특히 임금노동자를 중심으로 하는 관점에서 보면 사회의 변두리 집단이라고 할 것이다.
실제 농작업에서 발생하는 재해가 제조업에 비해 더 높으며, 농부들에서 호소되는 요통이나 관절통이 결국 농작업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산재통계는 이와 같이 정작 더욱 문제되는 분야를 제외하고 작성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산재보다는 공상처리로 산재통계 왜곡돼
다음으로 산재보험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산재통계에 잡히기 위해서는 발생하는 재해나 질병이 산재에 해당한다고 인식을 하고, 이를 실제 요양받기 위한 신청을 한 뒤 승인이 돼야지 우리나라에서는 정작 통계로 잡힌다. 여기서 실제 산재로 인식을 하는가 아닌가, 신청을 하는가 아닌가, 그리고 결국 승인이 되는가 아닌가라는 문제는 각 사회가 어떠한 재해나 질병들을 산재로 파악하거나 처리하는가라는 ‘사회적 판단’에 많이 좌우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판단은 한편에서 발생하는 재해나 질병을 산재보상제도가 아닌 다른 어떠한 제도로 관리할 수 있는가라는 대안의 내용이나 가능성 등에 따라 영향을 받게 돼있다. 그러므로 산재로 승인되는 과정에서 결국 어떠한 대안이 개인이 처한 문제 해결에 쉽게 적용될 수 있는가에 따라 사회적 인식은 영향을 받아,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재해나 질병은 산재보험으로 처리되지 않고 경상이나 공상, 즉 건강보험으로 처리되고 있다.
그 결과 한 때 우리나라에서 승인된 산재의 50%는 결국 장애를 초래하는 중증재해로 통계가 잡히고 있으며, 실제 반수 이상에서 90일 이상의 요양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간단히 치료될 수 있는 경상이나 공상이 산재 중에서 월등히 높은 비율로 잡히고 있는 다른 나라의 산재현황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승인된 경상이나 공상의 비율은 매우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산재통계 감소는 산업구조 개편 때문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산재통계를 보면 비단 지난 2004년 뿐 만이 아니라 1964년도 첫 번째 산재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이후 IMF 시기를 제외하고서 지속적으로 재해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낮아지는 이유로 노동부는 행정의 우수성에 그 치적을 돌리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우선적으로 앞서 언급한 산재보험의 적용대상이 변화해 온 것, 그리고 재해와 질병 발생에 따른 사회적 대안이 건강보험의 적용이 확대되면서 더욱 넓어지게 된 것을 들 수 있다.
즉 70년대까지는 처음 산재보험이 적용됐던 광업과 일부 제조업에서 벗어나, 그 적용대상이 점차 다른 업종의 임금노동자로 확대되면서, 재해의 발생이 적은 산업분야가 포함되게 돼 결과적으로 전체 산재통계의 평균치를 낮추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80년대 들어서는 건강보험의 적용이 사업장 임금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이들 중에서 산재보험으로 처리되지 않는 경상과 공상이 증가하게 되는 배경을 제공했다.
한편 90년대에 들어서는 우리나라 전체의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점차 고위험업종 혹은 공정이 기피산업이 돼 다른 개발도상국으로 이전되면서, 산업구성내용의 변화와 함께 재해발생 위험도가 낮아지는 경향을 초래하게 됐다. 특히 광업이 90년대에 들어와 과거 규모의 1/10 이하로 축소됐고, 제조업도 과거 300만명 규모에서 200만명 남짓하는 인구가 종사하는 규모로 축소되는 등, 전반적인 산업구조의 개편에 따른 산재보험적용대상에서의 위해도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됐다.
그러므로 그 적용범위와 그 내용, 그리고 건강보험을 비롯한 다른 처리 대안의 활용 등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공식적인 산재통계를 놓고서 우리나라 재해율이 그 동안 감소했다고 하는 것은 아전인수격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OECD 국가 중 한국 산재사망율 매우 높아
한편 우리나라의 산재통계를 외국과 비교하는 경우 앞서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그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다. 특히 앞서 언급한대로 우리나라 산재통계에서는 요양일수가 긴 중증 산재가 대부분으로서, 가벼운 경상이 산재로 처리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산재 승인이 아니라 산재 발생 자체를 통계로 잡고 있는 외국과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단지 사망사고의 경우 대부분의 사망사고가 발생되면 신청 승인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산재 사망을 비교하는 것은 일정 부분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한국산업안전공단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통계에 근거한 경우에도 1999년도 우리나라 산재사망에 따른 사망만인률 2.09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크게는 20배에서 작게는 5배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이긴 하지만 훨씬 높은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그 적용범위나 대상업종의 실제 위해도 등을 고려해 선진국의 산업구조가 좀 더 안전한 산업구조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가 높은 수준이라고 할 것이다. 즉 실제 소득 혹은 비슷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산업경쟁력을 제고하고 비교하는 경우 우리나라 2002년도 사망만인률 2.46은 OECD 국가 중 최고수준을 나타내며, 국가경쟁력 순위와 비교할 때 선진국은 물론 다른 개도국과 비교해서도 가장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paekdm@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