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혁신연구소에 올린 칼럼입니다.

==========================================================

노동자의 스트레스, 적극적 대책 절실하다 2005.05.23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노동환경으로 인해 노동자의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과로사, 뇌심혈관계질환, 정신질환자의 산재보상건수가 최근 3-4년 사이 2-3배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산재보상건수는 직무스트레스로 인해 아픈 사람의 비율에 대한 빙산의 일각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실제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 있는 사람은 그 증가속도가 훨씬 높을 것이다.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사고와 질병의 증가는 그만큼 우리사회에서 일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노동자가 건강을 담보로 먹고 사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는 하나의 반증이다.

현재의 노동세계, 재생산성 의문

스트레스의 결과는 개인의 건강상태는 물론이거니와 가족관계와 가족의 경제적 상황에도 영향을 미친다. 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노동자는 생산성, 직무만족도가 저하되고 사고와 부상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의료비 지출이 50%이상 더 지출되는 것으로 나타나 사회적 비용 역시 만만치가 않다.

직무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이로 인한 폐해가 매우 높다는 기존 조사가 존재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기간사업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완성사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원인과 결과를 살펴보면 과연 현재의 노동세계가 지속가능한 노동력을 재생산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자동차완성사 노동자는 그간 노동계 안팎으로부터 고임금과 상대적으로 나은 노동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다고 인식되어 온 집단이다. 하지만 스트레스 조사결과를 보면 노동환경과 건강상태가 매우 우려되는 상황으로 나타났고 본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취약계층노동자의 결과는 더욱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선 절실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의 요청으로 연맹산하 자동차완성사 조합원 5,322명을 최종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동차산업노동자의 사회 심리적 건강상태의 점수를 건강상태별로 분류해 볼 때 건강군은 3.1%에 불과하고 잠재군은 61.6%, 고위험군은 35.3%로 나타나 현재의 높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일할 경우 건강에 심각한 훼손을 낳을 노동자는 10명 중 3.5명인 것으로 나타나 노동자 건강에 빨간 신호를 보이고 있다.

노동자의 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직무스트레스는 Karasek 모델(직무요구도가 높고 직무자율성이 낮은 집단을 고긴장집단이라 칭하고 이 집단은 직무스트레스에 심하게 노출된 집단으로 고려하고 있음)에 근거하여 살펴 본 결과 노동자 전체 대상자의 21.5%가 고긴장집단에 속한 것으로 나타나 자동차산업 노동자 5명 중 1명은 스트레스에 심하게 노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직무스트레스가 높은 고긴장집단은 장시간 근무자(주당 50-59시간 근무자의 21.9%, 70시간 이상 근무자의 23.1%)와 교대근무자(비교대근무자의 14.4%, 교대근무자의 25.7%)에서 특히 높게 나타나 노동시간단축과 교대제의 개선을 통한 직무스트레스를 낮추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한국노동자를 위해 최근 개발된 표준화된 직무스트레스 8영역(물리적환경, 직무요구, 직무자율, 직무불안정, 관계갈등, 조직체계, 보상부적절, 직장문화)을 살펴본 결과 자동차완성사노동자는 조직체계(조직의 전략 및 운영체계, 조직의 자원, 조직 내 갈등, 합리적 의사소통의 부재)와 직무불안정(직업 또는 직무에 대한 안정성을 평가하는 것으로 타 직장 구직기회, 고용불안정성 등)에서 스트레스가 가장 높게 나타났고 직무자율, 보상부적절, 물리환경, 직무요구, 관계갈등, 직장문화 순으로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동차완성사 조직 내의 변화와 직무불안정성을 감소시킬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이 제안되고 실행되어야 노동자의 스트레스를 낮출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업주와 정부의 적극적 대책 마련으로

자동차완성사노동자의 스트레스 고위험군의 높은 비율, 장시간노동, 교대제근무자의 높은 스트레스 수준, 직무스트레스 원인으로 직무불안정성과 조직체계의 문제는 직무스트레스를 감소해야 하는 필요성과 진행되고 있는 산업구조의 변화 속에서 노동자의 건강을 어떻게 확보해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에 대한 답은 말할 것도 없이 직무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다양한 직무스트레스 요인을 제거, 또는 감소하는 적극적인 대책으로 가능하다. 이러한 대책에는 노동시간 단축, 노동자의 건강을 고려하는 교대제 방식, 직무부담 감소, 물리적 환경의 개선, 조직운영체계의 혁신 등 노동의 인간화, 성장을 위한 노동자 건강보장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러한 대책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사업주에게는 기업의 성장의 핵심요인으로 노동자의 건강이 자리 잡혀야 하고 노동자에게는 돈 이전에 건강과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노동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어야 한다. 즉 사회적 가치와 담론으로서 생명과 건강, 삶의 질이라는 키워드가 수용되어야 함을 말한다.

한편 구체적으로 직무스트레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되어 있는 사업주의 의무인 직무스트레스 예방과 관리가 현실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직무스트레스 예방의 우선순위를 노동환경 개선에 두고 정부가 세부적 이행 기준을 정해 주기적인 직무스트레스 위험요인에 대한 평가와 개선책을 마련하여 국가가 지원하고 사업장 단위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구조조정의 시행과 조직의 변화로 인력, 기술 등이 급격히 변화하는 시점에서 이러한 변화가 과연 노동자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사전, 사후에 평가하여 사업장 변화의 방향과 평가를 기반으로 한 조직의 재조직화, 즉 안전보건영향평가제가 필요하다. 경영의 논리에서만의 구조조정과 조직의 변화가 아닌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동자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주와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조회수 : 57
정 진 주 [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