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의료비의 가계부담 설문조사’
환자 10명 중 2명, 빚내서 병원비 충당
연간 평균 병원비 792만원…암환자는 1,283만원
병원을 찾는 환자 10명 중 2명은 의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빚을 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자산을 처분해 의료비를 해결한다’는 환자도 10명 중 1명꼴로 나타나 입원환자의 병원비 부담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전국보건의료노조가 국·사립대병원과 지방공사의료원, 민간 중소병원 등에 입원중
이거나 입원 치료 후 외래 방문 환자(457명 응답)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내에서 의료비를 충당한다는 환자는 40.1%에 불과했다. 환자 27.8%는 ‘저축을 통해 충당한다’고 응답했으나 금융권부채(6%)와 사채(12.5%)를 통해 의료비를 충당하고 있는 환자도 18.5%였으며, 8.8%는 자산을 처분해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프1 참조>
연간 의료비부담 평균 792만원
암환자 연간 의료비부담은 평균 1,283만원…‘약 1.6배’
노조는 △직접 지불한 병원비 △질병으로 인한 소득손실 △간병일수로 추정한 간병비 등을 통해 총 의료비 지출을 추정한 결과 일반 환자들의 연간 의료비 평균액은 792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암환자의 경우 1,282만5,500원으로 다른 질환에 비해 500만원 가량 더 높았다. <그래프2 참조>
특히 연간 병원비가 1,500만원 이상인 고액 진료비 환자 중 절반(53%)은 ‘암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고액 진료비 환자의 경우 소득과 저축 내에서 병원비를 해결하는 비율은 40%에 불과했다. 대신 이들은 자산처분(23%)과 부채(13%)를 통해 병원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미지급 상태인 경우도 25% 가량이나 돼 이 수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병원비로 인해 환자 10명 중 7명(68.1%)은 ‘의료비가 가계에 부담이 된다’고 응답했으며, 암환자의 경우 이보다 더 높은 85%가 가계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인부담상한제, 고액 진료비 환자 부담경감 효과 ‘미미’
다인실 부족이 원인…기준병상가기 위해 평균 4.5일 대기
노조는 “이번 조사에서 병원비의 본인부담금이 연간 600만원을 넘는다는 환자가 30%로 조사됐고, 암환자의 경우는 이보다 높은 48%나 됐다”며 “본인부담상한제가 실시되고 있으나 비급여는 제외되고 있어 고액진료비 환자의 부담경감 효과는 극히 미미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노조는 본인부담금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병실료 차액’이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대상 병원 가운데 가운데 상당수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다인실이 부족한 상황이다. 응답자의 83.8%는 입원시 기준병상인 다인병실을 원했으나 64.4%만이 다인병실에 입원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또 상급병실 입원 후 기준병상으로 옮기기까지 대기일수는 평균 4.5일로, 35%는 5일 이상 대기 후 병실을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응답자의 14%는 상급병실에서 다인병실로 옮기는 데 10일 이상이 소요됐다.
<자료사진=매일노동뉴스>
노조 “가계파탄 막으려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해야”
노조는 “병원비로 인한 가계파탄을 막기 위해 현재 50% 수준에 그치고 있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100% 수준으로 끌어올려 건강보험 급여원리에 부합하는 모든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고 단계적으로 무상의료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는 “기준병상이 부족해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기준병상 확보율을 현행 50%에서 70% 이상으로 확대해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상급병실료를 부담하는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같은 요구안을 현재 진행 중인 산별교섭에서 적극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보건복지부 등을 상대로 노사정교섭을 통해 국민들의 의료비 경감대책 등을 논의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김미영 기자 ming2@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