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의사협의회 운영의 문제점
국감이 한창인 요즘 단병호 의원실에서 근로복지공단의 감사를 위해 요청한 자료 중, 자문의사협의회 운영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에 자문의사협의회 개최현황 등의 자료를 요청했다. 샘플링을 위해 두 개 지사의 자문의사협의회 심의기록 일체를 받아 살펴보았다. 위 자료를 요청한 이유는 공단의 자문제도가 적절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자문의 기준 없이 형식적 운영
현재 근로복지공단이 위촉하는 자문의사는 업무상재해 인정여부, 요양연기, 장해 판정 등 보험급여 결정에 있어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는 비상근 의사이다. 업무상인지 여부 및 보상여부 등 보험급여와 관련된 일체의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고 있다. 자문의사협의회의 제도적인 취지는 자문의사 1인의 결정만으로는 객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없으므로, 다수의 전문의들이 모여 회의를 통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소견을 취합하여 보다 전문성 있고 객관성 있는 판정을 하기 위함이다.
자문의사협의회 임무는 산재법 시행규칙 제16조에 의해 치료종결여부를 결정할 때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고, 요양업무처리규정 제24조에 의해 ①근로자의 기존질병이 업무상 질병에 미친 영향력이 불명확한 경우 ②유해물질에 의한 의학적 소견 ③업무상 질병 여부에 관하여 주치의와 자문의의 소견이 다른 경우 ④ 기타 지사장이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으로 정해져 있다.
먼저, 개최현황을 살펴보니 각 지사별로 자문의사협의회 개최 횟수와 상정 건수의 편차가 매우 컸다. 2003년도의 경우 서울강남지사의 부의사건 수는 6건, 안산지사의 경우 0건이었고, 반면 경인지역본부는 544건이었다. 각 지사별 개최건수가 천차만별이다. 천차만별이지만 평균을 내어 보니 2003년도 46개 각 지사에서 연평균 개최횟수는 7.4회, 연평균 부의 사건 수는 90건이었다.
2004년의 경우는 46개 각 지사에서 연평균 개최횟수는 13.4회, 연평균 부의사건 수는 139건이었다.
2005년도 7월 최근자료는 자문의사협의회 월 1회 이상 개최로 정기화 되는 경향이지만 심의의뢰 자체를 지사장의 재량사항인 것처럼 공단은 해석하고 있어 명확한 기준 없이 운영되는 실정이며, 따라서 지사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현행 산재법은 시행규칙에서 치료종결에 대하여는 자문의사협의회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는데, 지사들 가운데는 치료종결 건에 대하여도 협의회를 거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어 공단이 법규를 위반(시행규칙 제16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문의제도 폐지하고 독립기구 필요
서울의 한 지사의 2004년 협의회 심의 서류 일체를 분석해 보니, 다음과 같은 결과를 알 수 있었다.
– 회의는 해당 상병의 전문의를 포함하여 5인 내지 7인의 위원을 선정하여 회의를 소집(2004년도 적용 요양업무처리규정 제56조 제1항)해야 함. 그런데 보통 3인 내지 4인으로 구성하고 있으며 규정 위반사항임.
– 심의 결정서 상의 각 자문의원의 소견이 모두 일치하여 소신 있게 자신의 소견을 기재하여 취합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결정된 내용을 동일하게 적시하는 수준에 그침. 형식만 빌린 협의회이지 내용상 일반적인 자문과 다를 바가 없음.
– 심의 사유도 95%가 치료종결 건이고, 그 외 요양업무처리규정 제24조상의 업무상질병여부 건은 단 한건도 없음(치료종결 사건의 89.5%가 치료종결로 결정)
– 부의사건의 내용을 설명하는 심의사유서가 없는 건수도 많고, 심지어 주치의사 소견이 기재되지 않거나 아예 없는 사건도 31.7%에 달하여 형식적이고, 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않음.
– 담당자 의견으로 종결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고 있는 사건도 61건이나 되었음.
위와 같이 일부 지사에서는 자문의사협의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으나 마나한 형식적인 기구로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처럼 자문의사협의회 개최 여부와 심의의뢰 여부를 지사장의 재량사항으로 둔다면 형평성과 객관성에 어긋나고 지사별 편차가 심각하여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의학적 소견을 기대하기 불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자문의사제도를 폐지하고 외부 의사들로 구성된 독립된 기관을 꾸려 의학적 소견을 참조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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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공인노무사(노무법인 현장) kimmin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