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잇단 산재사망사고 곤혹
노동부…재해 발생지역 작업중지명령
이연춘 기자
두산그룹 주요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이 잇따른 사망사고로 아연실색하고 있다.
부천 중동신도시 두산위브더스테이트 현장에선 지난 7월에 이어 11월17일 사망사고가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애써 ‘산재’로 치부하며 사태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두산중공업이 근로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건설현장의 안전 소홀을 문제삼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노동부와 경찰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할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두산중공업 건설현장에 연이어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며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망사고 등 산업재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11월19일 두산중공업 경기도 부천시 중동 신도시 두산위브더스테이트 공사현장. 오후 9시15분경 현장 협력업체인 동국건업 현장소장인 최아무개(52)는 이곳 지상 3층 바닥 슬라브 작업장에서 외벽 단열제 부착작업을 하고 있는 소속 근로자 2명에게 작업감독 및 지시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최아무개는 뜻하지 않게 약 10m 아래 지상바닥으로 추락, 사고를 당했다.
노조 한 관계자는 “최아무개가 추락한 외벽 작업발판에 안전난간이나 안전대 부착설비 등 추락방지 조치가 되어 있지 않았다”며 “추락 후 인근병원으로 응급 후송했으나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아무개가 공기에 쫓겨 야근을 하다가 발생한 것”이라며 “노동부에서 안전공단과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만큼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안전조치 매우 미흡했다”
중대 재해 사고가 발생하자 노동자들은 두산중공업의 안전불감증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이날 사고로 위브더스테이트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동안 끊임없는 각종 사고와 지난 7월 사망사고의 행렬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사고를 통해 산업안전보호법이 무시된 사각지대라는 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나서다.
노조 한 관계자는 “사고 당일 현장 조사결과 안전조치가 매우 미흡했다”면서 “기본적인 추락방지인 안전대 설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7월 이곳 공사현장에선 사망사고가 발생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은 두산중공업이 근로자들의 안전에는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반증한다”며 “도대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갈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7월5일 이곳 경기도 부천시 두산위브더스테이트 현장에서 형틀목공이던 유아무개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당시 두산중공업과 노조 사이에서는 심근경색이냐 산재사고냐를 놓고 대립을 보였다.
노조에 따르면 당시 사측은 작업이 종료된 뒤, 유아무개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고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를 비롯한 동료들은 “유아무개가 당시 현장에서 엘리베이터 박스 해체작업을 하던 중”이라며 “그는 발견 당시 머리와 목 뒷부분 등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며 ‘산재사고’가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유가족들은 추락 혹은 낙하물에 의한 사망사고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사망 원인을 심장마비나 심근경색 등 ‘자연사’로 보고 있는 회사와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였다. 노동사무소는 사망의 정확한 사인을 알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하고 이후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유아무개의 사망사고에 대해 ‘산업재해’ 승인을 내렸다.
“두산중공업 안전불감증 여전”
한편 두산의 산재은폐 의혹과 노동부의 직무유기가 제기되면서 논란이 벌어진 바 있었던 당시 재해에 대해 공단은 “여러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본 결과 심근경색과 외상 간 의학적 인과관계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며 산재승인 배경을 설명했다.
노조는 “외상과 심근경색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업무상 사고가 아닌 업무상 질병으로 판단한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두산중공업의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재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두산중공업의 주장대로 자연사라면, 왜 사망자의 몸에 상처가 난 것이냐”면서 “머리(정수리) 부분의 상처는 심장질환 등으로 쓰러지면서 생길 수 있는 상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당시 사망한 유아무개가 착용했던 안전모를 다른 직원의 안전모와 바꾼 것도 유아무개의 머리 부분 상처에서 출혈된 피로 인해 안전모를 폐기한 것이란 의혹도 제기했다.
노동부 산업안전과 한 관계자는 “당시 근로감독관과 사고현장 조사를 실시했다”면서 “추락방지 조치가 되어 있지 않은 재해 발생 지역에 대해 구두 작업중지명령을 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 현장조사를 한 경찰은 목격자 등 관련 참고인에 애해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정확한 사망원인이 밝혀지면 관련법 위반에 대해 위법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완벽한 안전설비 취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번 사망사고에 대해 현장 책임자가 출입이 통제된 지역에 들어가 추락한 것이며 두산중공업의 안전설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출입 통제 지역이라도 안전설비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두산중공업 한 관계자는 “부천시 중동 두산위브더스테이트 공사현장은 누가 봐도 완벽한 안전설비를 취하고 있다”며 “사고자가 안전모, 안전벨트 등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노동부와 경찰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할말이 없다”면서 “조사결과가 완료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일축했다.
지난 7월5일 발생한 사건에 대해 두산중공업 한 관계자는 “업무상 사고가 아닌 업무상 질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초기 의사가 간단히 밝혔던 심근경색이란 사망원인을 그대로 고수하며 “산재사고가 아닌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이었고 쓰러질 때 부딪힌 흔적들이 사체에 남은 상처”라고 강조했다.
또 “쓰러지면서 주변 계단 등에 부딪혀 상처가 생긴 부분들을 보고 유가족들이 추락사 등 산재사고로 추측하고 있다”면서 “시신의 상태를 처음 접한 의사도 심근경색 등 자연사라고 소견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1월4일, 21일 잇따라 사망사건
두산중공업에서 속출한 사망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의 사망사건이 발생, 두산중공업 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1월21일 경남 창원 두산중공업 출하관리 쇼트장 앞 작업현장에서도 상화도장개발 소속 장아무개가 작업 중 50톤 지게차 바퀴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현장에서 숨졌다.
특히 이 장소에서는 불과 두달 전인 지난해 11월9일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지게차 작업 도중 제품이 쓰러지면서 하청업체인 상화도장개발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가 제품에 깔려 숨졌다.
사망사건은 또 있었다. 올해 1월4일 오전 두산중공업 보일러공장 소속 김아무개 반장이 공장 인근 바닷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반장이 발견된 정확한 장소는 회사 입구 적현로. 그는 이날 바닷가에서 승용차와 함께 발견됐으며 오후 2시 인양작업이 이뤄졌다. 그는 이틀전인 1월2일 집을 나갔으며 회사에서 유서가 발견됐다.
가족과 동료들은 김 반장의 죽음에 대해 주식투자로 인한 2억원 가량의 빚 때문에 고민했으며, 특히 회사가 김 반장이 노조지회 간부 출신이란 점에서 그의 개인적인 채무관계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죽음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회사는 개인적인 부채로 인한 자살이며 회사와는 무관하단 입장을 전했다.
2005/11/24 [03:59] ⓒ브레이크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