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는 산재요양 성과 모두 무너뜨리려는가”
로템노조 산재 무더기 불승인 업무처리 지침 첫 사례
공투위 구성, 근로복지공단 항의방문 등 대응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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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은 기자

최근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진 “근골격계질환업무관련성처리지침(안)”(처리지침안)에 대한 우려 속에 처리지침안에 따른 첫 적용사례인 로템노조의 산재신청에 다수 불승인 결정이 내려져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23일 금속산업연맹 산하 로템노동조합 근골격계질환 요양신청자 37명에 대한 심의 결과 전체 37명 중 12명만 산재 승인하고 나머지 25명에 대해서는 산재 불승인, 부분 요양 승인, 병명 변경 승인, 결정 보류 등 불승인 처분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27일 오후 1시 근로복지공단 본부 앞에서 ‘처리지침안 폐기와 산재보험 공공성 확보’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근골격계 환자 4,532명 너무 많다?…영세, 비정규 사업장은 거의 배제된 통계
노동부 공식통계에 따르면 2003년 근골격계 직업병 환자 발생은 4,532명이다. 첫 발언에 나선 ‘근골격계 직업병 인정기준 개악안 저지와 산재보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 임상혁 공동대표는 “노동부가 말하는 4500여 명 중 거의 대부분이 천 명 이상 대기업 제조업 사업장이다. 여기에 영세사업장, 비정규직은 거의 포함되지 않는다. 외국에서 근골격계 다발 업종으로 이미 악명 높은 운송이나 건설 업종은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며 산재 승인이 지나치게 많다는 노동부의 입장을 비판했다.

처리지침안과 로템노조 산재 불승인에 대한 규탄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신승철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정석호 금송연맹 부위원장, 김유신 로템의노조위원장, 박제민 금속연맹 산업안전국장 등 4인의 대표단이 근로복지공단 본부 면담에 들어갔다.

대표단의 요구사항은 △업무처리지침 즉시 폐기 △산재보험 공공성 확보 △로템산재요양신청자에 대한 부당한 불승인 결정 철회와 재심의 등이었다.

1시 30분경에 들어간 대표단 일행으로부터 1시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자 면담 일행을 기다리던 300여 산재노동자들의 분노도 고조되어 갔고 즉석에서 각 단위노조, 지역본부, 연맹 대표자들이 2차 대표단을 꾸리고 근로복지공단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진입을 막는 전경들과 심한 몸싸움이 있었고 분노한 노동자들이 급기야 근로복지공단을 향해 달걀을 던지며 야유를 보냈다.

지침 고수하겠다면 전면전 각오해야 할 것
진입 시도를 반복하기 서너 차례, 오후 3시가 조금 지나 사이에 대표단이 면담을 마치고 나왔다. 박세민 금속연맹 산업안전국장은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산재승인 제한의도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지금의 처리가 산재보호법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계속 강행하겠다고 한다”는 내용의 면담 과정을 보고했다. 박세민 국장은 “일주일 간의 말미를 주었다. 지침을 철회하든지 아니면 강행하든지, 로템 불승인을 철회하든지 강행하든지 결정해라. 만약 지침을 고수하겠다면 민주노총과의 전면전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면담 보고에 이어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3시 30분에 진행되기로 예정된 공투위 출범식이 진행되었다.

신승철 수석부위원장은 “수많은 투쟁으로 그나마 쟁취했던 산재요양의 성과를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신승철 부위원장은 “총연맹 지도부는 근로복지공단 개혁과제를 내부 목표로 가지고 있다”고 밝히고 “이제까지는 아픈 동지들만의 싸움이었지만 민주노총과 산업 안정을 고민하는 단체들이 모여 공동대책위를 꾸렸으니, 앞으로 돌발적 분노가 아닌 조직된 분노로 건강하게 일하고 건강하게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하자”며 연대를 약속했다.

“공단은 로템 주시하며 내부지침 관철 여부 실험 중”
노동부 인정기준 처리지침의 주된 내용은 산재인정 기준 축소, 산재치료 축소, 5단계에 이르는 엄격한 업무관련성 평가, 개인차가 아닌 질병별 처리지침에 따른 장기요양 강제 종결 등이다.

윤종선 금속연맹 산업안전부장은 “로템노조에 대한 무더기 불승인은 현재 노동부내부지침이 공식적으로 내려가지 않은 상황인데도 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지침이 관철되고 있다는 것을 극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근로복지공단은 로템의 상황을 주시하며 노동부의 내부지침이 얼마나 관철될 수 있을지 시험대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윤종선 부장은 또한 “이 싸움에서 밀리면 산재투쟁은 다시 과거로 회기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산재승인의 어려움뿐 만 아니라 노동부에서 진행하려는 ‘산재보험 민영화’나 ‘요양관련제도’ 개악 추진도 머잖아 실현될 것”이라는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후 대응 일정에 대해 윤종선 부장은 “세부 일정은 오늘 공투위 회의에서 조정할 것이지만 우선 지역별로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 항의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고 “이제까지 다소 개별적으로 진행된 감이 있는 근골격계 등 산재투쟁 현황을 모아 크게 싸워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공투위는 11월 3일 노동부 등 정부관계자들에게 내부인정지침 관련 공개토론회를 제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