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단체, “서민 외면하는 盧정권에 배신감”
비상시국선언, ‘외국병원 내국인 진료 허용 철회’ 주장

2004-11-22 오전 10:29:48

환경단체의 비상시국선언에 이어 보건의료단체도 비상시국선언에 나섰다. 이들은 참여정부가 불황을 내세워 국민 건강까지 시장에게 넘겨주는 일을 자행하고 있다며, 국회 앞 농성과 대규모 집회 등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부자 위한 노무현 대통령 맞서 싸울 것”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노동건강연대 등 6개 단체로 이루어진 보건의료단체연합과 민중의료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사회보험노동조합 등 국내 대표적인 보건의료단체들은 21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비상시국을 선언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지난 16일 참여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경제자유국역 내 외국 영리 병원을 허용하고 내국인 진료를 허용했다”며 “이번 조치는 병원의 영리법인 허용, 민간의료보험 도입 등 가뜩이나 취약한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공공성을 그 근본부터 무너뜨릴 것”이라고 재정경제부 주도로 이뤄진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 흰 가운을 입고 참석한 보건의료인들은 시국 선언 후 흰 가운을 태우는 것으로 참담한 심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프레시안

이들은 또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당시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아 죽는 국민이 있는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라고 말하며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공공의료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며 “지금 노무현 정권은 공약을 이행하기는커녕 한국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파멸로 몰아갈 정책을 입안하려 하고 있다”고 노무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하는 보건의료 정책은 국내외 병원자본의 이윤과 부유층만을 위한 것”이라며 “이제 보건의료인이 국민의 건강한 삶, 건강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다시 한번 거리로 나설 것”이라고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최인순 보건의료단체연합 집행위원장은 “‘분노보다는 슬픔이’라는 표현이 지금 상황에 딱 맞는 것 같다”며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보건의료인을 자본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려는 노무현 정권에 맞서 농업개방에 반대해 할복한 이경해 열사의 심정으로 이번 사태를 막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국회 앞 천막 농성부터 시작, 대정부 투쟁 수위 높일 것”

이날 흰 가운을 입고 시국선언에 동참한 의사, 약사 등 관련 단체 회원들은 노무현 정권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이진석 충북대 의대 교수는 “최소한의 합리성과 현실성이 결여된 정책이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 없이 일사불란하게 추진되고 있는 데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그 동안 보건의료인들이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이번 개정안은 국내 의료 제도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재경부의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 추진을 다시 한번 강하게 비판했다.

이진석 교수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병원은 국내 병원보다 5~6배 비싼 진료비를 받고, 건강보험 탈퇴를 허용하고 있어 국내 병원들이 ‘역차별’ 문제 제기를 할 게 뻔하다”며 “그렇다면 국내 병원의 영리법인화, 민간의료보험 도입 등이 이뤄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21일 오후 국회 앞에서 보건의료인들이 비상시국을 선언하고,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프레시안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국장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정부는 경제자유구역법 개악안을 즉각 폐지ㆍ철회하고, 국회는 이 개정안을 거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석균 국장은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김근태 복지부 장관에게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당장 22일 월요일부터 국회 앞 천막 농성에 들어가고, 11월26일부터 시작되는 민주노총 총파업에서 ‘의료개방 저지’를 의제로 올려 공동 투쟁하는 등 대정부 투쟁의 수위를 높이겠다”고 이후 계획을 밝혔다.

한편 이날 참석한 보건의료인들은 시국 선언이 끝난 후 흰 가운을 불에 태워 보건의료인이 현 상황을 보는 참담한 심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강양구/기자